외교부 부영사가 “일본인 덕에 조선인 빵 먹어” |
20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입수한 외교부 내부 제보에 따르면 주시애틀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A부영사는 지난해 부임 이후 공관 행정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제보에 따르면 A부영사는 “에이 XXXX야” 등의 욕설을 했을 뿐만 아니라 “너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내가 외교부 직원 중 재산 순위로는 30위 안에 든다”며 행정 직원을 겁박하고 조롱했다.
또 “나는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한국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는 등 비정상적·비도덕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욕설,막말에 예산유용, 휴가통제 등 제보만 16건 |
총영사관 행적직원들은 지난해 10월 이같은 비위행위를 공관 간부에게 신고했고, 공관은 본부에 감사 요청을 진행했다. 외교부 감사관실 내 감찰담당관실은 제보를 받고 감찰담당관 등 4명으로 감찰반을 구성해 지난해 11월 24일에서 29일까지 6일까지 현지 감사를 시행했다.
문제는 이같은 감찰에도 부영사 A씨는 ‘경고’라는 가벼운 징계만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의원실이 지난 16일 외교부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감찰담당관은 “해당 비위사건에 대하여 행정직원에 대한 폭언(2차례) 및 상급자를 지칭하여 부적절한 발언(1차례)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조롱, 인격비하 발언, 막말, 불쾌감 조성, 마약 옹호 발언 등은 양측간 주장이 상반되고 주변인 진술 또는 증빙자료가 없어 사실관계 확인 불가해 문제 삼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감찰당당관은 현지 실지 감사 당시 공관 직원을 대상으로 서면 문답을 진행했고, 다수의 문답서에서 A부영사의 폭언 및 부적절한 발언 등이 적시돼있다고 확인했다. 나아가 이메일을 통한 기명 설문조사를 시행, 10명의 행정 직원 중 7명이 응했고 3명이 A부영사의 폭언 및 부적절한 발언을 들은 바 있다고 추가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감찰 담당관은 “A부영사의 주장과 상반되고 증빙자료가 없어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의원실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일련의 상황이 마무리된 이후 공관 최고위 간부는 행정 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발언을 하는 등 갑질로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외공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조현 주유엔 대사, 장원삼 주뉴욕 총영사, 박경재 주LA 총영사, 장경룡 주캐나나 대사가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나이지리아에서도 행정직원 성추행 후 '자진퇴사' |
이태규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주나이지리아 대사관 소속의 일반직 행정직원 A씨는 현지직원 B씨의 특정 신체부위롤 만지고 침대로 이끄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B씨는 제 3자에게 고충을 토론했고, 제3자는 대사관 내 성고충담당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라 성고충담당관도 이인태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성피해 사실을 전했다.
이 대사는 해당 사실을 보고받은 후 별다른 징계조치 없이 지난달 9일 가해자 A씨를 자진 퇴사시켰다. 이같은 조치는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사건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성비위 무관용 원칙’을 강조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에 따르면 행정직원의 공관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직원을 징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별도 징계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없었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자신의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역시 외교부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식절차를 밟지 않은 조치라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태규 의원은 “이 대사의 조치는 성 비위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한 장관의 지시 사항에도 위배된다”며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처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자진 퇴사시킨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LA에선 국정원 직원이 성추행 후 4개월 간 무징계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외교부를 통해 LA 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국정원 소속 직원이 지난 6월 말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을 강제 성추행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국정원 소속 고위공무원으로 LA 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하던 A 씨는 지난 6월 23일 음주를 겸한 직원 회식 자리를 마친 직후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 B 씨를 상대로 강제 입맞춤을 하고 신체를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
사건 직후 B 씨는 경찰에 A 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7월 중순경 경찰로부터 수사를 개시한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A 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사건 발생 1개월 동안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A 씨에 대한 미온적 조사를 통해 징계 절차도 밟지 않는 등 외교부 지침에 따라 처리하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은 행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령에 의한 징계 등 제재 절차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진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아무래도 국정원 직원이다 보니 ‘핸들링’이 쉽지 않았다”며 국정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A 씨에 대해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10여 일이 지난 후인 7월 말에 A 씨를 국내로 복귀 조치한 것이 전부이며, 원 소속인 국정원으로 돌아간 A 씨는 현재까지 직무 배제 외 별다른 징계 없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성범죄나 금품 비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 행위로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등에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해당 기관장은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LA 현지 공관에서 문제 사실을 파악한 후 즉각 귀국 등 필요한 조취를 취했으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조치할 계획”이라며 “직무배제를 시켜놓고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현 의원은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에서 보듯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들의 낮은 성인지감수성 탓에 힘없는 계약직 여직원이 고통받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여직원의 성추행 사건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실세 국정원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강경화 장관의 직무수행 능력이 대한민국 외교부 수장으로서 과연 적임자인지 여부를 이번 국감에서 면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