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불합리한 저평가"...靑 "특별 입장 없어"

20일 감사 결과에 靑 공식 입장 밝히지 않아
독립기관 감사원 감사에 대한 존중 차원
靑 전 산업정책비서관, 문책 대상 포함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감사원이 20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핵심 근거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한 가운데 청와대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가 월성1호기 가동중단의 타당성을 전면 부인하지 않은 만큼 안도하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는 이번 결과와 별개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을 흔들림 없이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감사원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문을 보지 못했다”면서 “일단 전문이라도 확인한 다음에 필요하면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별히 (입장을) 낼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서 더더군다나 청와대 사안이 아닌데 입장을 내는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청와대가 아닌 관계 부처에서 설명한다며 말을 아낀 것이다.

청와대가 감사원 발표 전문을 확인한 이후 입장을 밝힐 지는 미지수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의사결정 과정의 신뢰성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독립기관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존중해줘야 해서다.


감사원이 20일 오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국회 제출과 동시에 공개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연합뉴스

이날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통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조기폐쇄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부 관계자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당시 탈원전 정책 업무를 담당한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한 문책은 없었다. 채 사장은 지난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과 함께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서는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인사자료 통보 조치가 내려졌다.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삭제한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폐쇄시기와 관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지 않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에도 청와대는 탈원전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은 물론 2012년 대선에서도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원전 해체론’을 주창했다. 노후화된 원전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픽/김소희 인턴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며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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