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나눔의집서 인격권·명예권 침해 행위 존재

비동의 개인정보 삭제 및 특별인권교육 수강 권고

후원금 집행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이 나온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 ‘나눔의집’ 내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할머니들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 행위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20일 인권위는 나눔의집 전임 운영진들이 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할머니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버릇이 나빠진다’는 말을 했으며, 당사자 동의 없이 할머니의 신상을 공개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인격권·명예권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3월 나눔의집 내부고발자들은 시설 내 인권침해와 후원금 운용 의혹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나눔의집 직원들 모두 A 할머니의 신변 비공개 의사를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눔의집 안신권 전 시설장과 김모 전 사무국장은 A 할머니의 동의 없이 사진과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와 역사관에 공개했다. 또한 대통령과 장관, 방송인, 교수, 각종 단체가 시설에 방문할 때마다 A 할머니와 대면하게 했고 만남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자료집으로 발간했다. 안 전 시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A 할머니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A 할머니가 입소 당시 치매 등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신상 공개 범위에 대해 명확한 의사 표현이 어려워 거부나 항의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스스로 일본군 위안부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치유의 과정일 수 있고 사회적으론 연대와 진실의 규명을 가능하게 한 매우 공익적인 행위”라면서도 “당사자가 드러내길 원치 않는다면 위안부 정체성은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이자 자기결정권, 인격권, 명예권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나눔의집 측에 위안부 피해자 A 할머니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익명 처리하고 인권위 주관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한편 후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할머니들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은 각하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각하했다./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