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실사 나오자 김재현, ‘트러스트올’ 문건 이동열에 떠넘겨...檢 정황 확보

5월말 트러스트올 자금관리 내역 등 이동열에게
이동열 측, “자세한 설명도 없어” 의견서 檢 제출
김재현 측 “이동열 관여 기록에 있다...法서 소명”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재현 대표가 지난 5월 말 자신의 ‘비자금 저수지’인 트러스트올의 각종 서류를 동업자 이동열 대표에게 전부 넘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금융감독원 현장 조사가 시작되고 검찰 수사가 임박한 시점이다. 검찰은 김 대표가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 미리 대비한 것은 물론 책임을 이 대표에게 떠넘기기 위한 정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들은 당시 자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줄 몰랐다는 주장이다.

20일 법조계와 옵티머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는 김 대표의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가 있었다는 정황과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은 트러스트올의 운영과 회계를 이 대표가 책임졌다고 봤다. 하지만 이 대표 측과 옵티머스 전직 직원 등의 의견서 및 진술 등을 통해 이와 정반대되는 정황을 파악한 것이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그동안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의 자금을 직접 관리하면서 일회용비밀번호(OTP) 카드와 계좌내역 등을 삼성동 한 건물의 1층 사무실에 보관해왔다. 1층 사무실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직원들이 상주했다. 복수의 옵티머스 관계자에 따르면 5월 말 금감원의 현장 실사가 시작되자 김 대표 측은 직원들을 시켜 트러스트올과 관련된 금융정보를 모두 이 대표가 운영하는 티알시티 등의 사무실이 있는 다른 건물로 올려보냈다. 당시 티알시티 직원들은 “앞으로 OTP카드 등을 관리해달라”는 옵티머스 직원들의 얘기만 전달받았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및 금융사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금감원 실사 당시 트러스트올의 자금관리를 이 대표가 전부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사전작업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애초 김 대표와 이 대표, 윤석호 변호사 등 옵티머스 사건 핵심인물들은 검찰 수사 직전인 6월 중순께부터 갈라서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월부터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의 운영 책임을 이 대표에게 넘기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검찰 수사 한 달 전부터 김 대표는 동업자들과 공모할 계획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재판에 가면 (이 대표 측이 트러스트올에 관여했음이) 기록에 다 나올 것이라 지금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러스트올이 누구의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이 있는 관련자는 전부 책임져야 한다. 김 대표도 책임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