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역 1번출구] 추미애-주호영, 두 동기 TK 판사 출신 불자의 악연

秋 “朱 대표, 연수원 동기여서 이렇게 말 해도 다된다”
2017년 제헌절 환담 당시 신경전 속 동기임을 강조
사법고시 24회로 연수원에는 1983년에 나란히 입소
秋 - 대구 달성, 朱 - 경북 울진, 모두 잘 알려진 불자
朱 “文, 秋 즉각 경질해야” 秋 “尹, 지휘 따른 것 당연”

지난 2017년 7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들과 여야 대표 등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7월17일. 제헌절 행사 참석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마주 앉은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법무부 장관)과 주호영 전 바른정당 원내대표(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현 국무총리) 앞에서 좌중의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유발하는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주 전 원내대표가 정 전 의장에게 “제헌절 행사를 국회에서 하니까 대통령들이 헌법을 잘 안 지키는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하자 정 전 의장이 아닌 추 전 대표가 “아니 헌법 지키는 대통령 뽑아놨잖아. 새 대통령 뽑힌 거 잊어버렸구나”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주 전 원내대표는 “신고리 (원전 가동 중단) 하고 하는 거 보면 적법 절차를 안 지키는 것 아닌가”라고 되받았다.

‘아이스브레이킹’ 발언이 의도치 않게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자 추 전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현 민주당 대표)에게 “주호영 대표는 나와 연수원 동기여서 내가 이렇게 말을 해도 다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뼈 있는 대화에 깊은 숨을 내쉬었던 정 전 의장과 진중한 표정을 지었던 이 전 총리에게 자신과 주 전 원내대표는 서슴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 장관과 주 원내대표의 이력을 놓고 보면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선 추 장관의 말대로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동기다. 사법고시 24회로 연수원에는 1983년에 입소했다. 출신 지역은 모두 대구경북(TK)이다. 추 장관은 1958년 대구 달성에서 태어났고 주 원내대표는 1960년 경북 울진에서 출생했다. 두 사람 다 고등학교는 대구에 위치한 명문 고교를 나왔다. 추 장관은 경북여고, 주 원내대표는 능인고를 졸업했다.


문재인 대통령(전 민주당 대표)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전 민주당 대표)이 지난 2017년 1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20일 경북 울진 불영사를 찾아 대웅전에서 합장 중이다. /연합뉴스

심지어 추 장관과 주 원내대표는 종교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잘 알려진 불자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을 무렵 휴가를 내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사찰을 찾기도 했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산사의 고요한 아침입니다.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고 아침 기운을 담아봅니다.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입니다”라고 적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6월 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독자 선출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전국각지에 있는 사찰을 찾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를 만나기 위해 절을 찾아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 사람 첨예한 현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야만 할 때 방문지로 사찰을 택한 것이다.

악연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듯 공통 분모가 많은 두 사람이지만 주 원내대표는 연일 추 장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 7월 해임건의안을 발의할지, 탄핵소추안을 발의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던 그는 실제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부결됐지만 그는 수시로 추 장관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발언 수위도 점점 더 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추 장관의 칼춤’이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며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대형비리 사건에 권력이 개입한 것이다. 특별수사단을 구성해서 엄중히 수사하라고 하면 될 일을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특별검사 도입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며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추 장관을 방치하지 말고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추 장관이 이 망가져도 너무 심하게 망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검찰사에 추 장관이 어떻게 기록될지 잠시라도 멈춰서 돌아보길 바란다. 권력이 다하면 원한에 따른 보복이 반드시 있다. 퇴임한 검사의 이야기 부디 잊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동안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추 장관은 이날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 대응은 윤 총장을 향한 메시지 제시로 갈음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팀을 확대 재편 강화하고 법무부 및 대검찰청 등 상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특별검사에 준하는 자세로 오로지 법과 양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수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의 공세에 개의치 않고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보란 듯이 수행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데 주 원내대표가 개인적으로 추 장관에게 무슨 악한 마음이 있겠냐”며 “검찰 인사를 봐도 그렇고 추 장관이 청와대의 뜻을 따르다 보니 아무래도 관계가 나빠지는 것 아니겠냐. 어떻게 보면 두 사람 사이를 청와대가 갈라 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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