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해 피해 보상이 인정된 경우는 지난 2009년 발생한 사례 1건에 불과하다. 당시 65세 여성은 접종 이후 대표적인 독감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밀러피셔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사망했다.
일각에서는 20일 대전에서 사망한 80대 남성이 백신 접종 이후 5시간 만에 사망한 만큼 백신의 급성 부작용 중 하나인 ‘아나필락시스 효과’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부작용의 가능성은 낮다”며 “급성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효과는 접종 이후 30분 내 부작용의 징후가 나타나고, 이 때문에 백신 접종자는 30분간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귀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부족 우려로 환절기 오랜 시간 대기한 노년층의 경우 심근경색 등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방역정책의 신뢰성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국민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라며 “설령 백신 물량이 부족해 중·고등학생의 무료접종을 포기하더라도 상온 노출 백신 사례를 적발했을 때 해당 백신을 전량 폐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어질 경우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접종을 회피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트윈데믹을 막기 위한 독감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독감 백신 자체의 안전성은 검증됐고,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접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 역시 “현재 사망자가 독감 백신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단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독감 백신이 사망과 같은 중증의 심각한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우영탁·서지혜·이주원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