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최근 10조원이 넘는 인텔의 메모리칩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낮은 가시성과 경제 회복세에 대한 변동성을 달리 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1일 SK하이닉스에 대해 “차입 규모가 늘어나겠지만 신용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시장점유율 확대 효과로 향후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무디스는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경제 회복이 미약해 재무 레버리지가 예상 대비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신용도 하향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상반되는 분석을 내놨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SSD·낸드플래시메모리·웨이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말까지 약 8조원을 인텔에 우선 지급하고 인수가 완료되는 오는 2025년 3월 나머지 약 2조3,0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늘어난 차입부담을 향후 회사가 적절히 관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시각이 엇갈렸다. S&P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지표가 기존 0.7~1.0배에서 1.0~1.4배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S&P가 SK하이닉스의 신용도 하향 조정 요인으로 제시한 1.5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인수비용의 1차 지급액인 70억달러(한화 약 8조2,000억원)의 40~50%를 보유 현금으로, 나머지는 차입으로 조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EBITDA 대비 차입금 지표는 약 0.8~1.0배 수준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환경적인 리스크를 크게 봤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재무 레버리지 수준은 현재 독자신용도 대비 완충력이 많지 않다”며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인수 비용 중 차입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가 향후 낸드 시장에서의 지위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S&P는 “SK하이닉스는 기옥시아(Kioxia Holdings)를 제치고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글로벌 2위의 낸드메모리 사업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기존 10~12%에서 20% 수준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 역시 “SK하이닉스 신용도의 제약 요인이었던 낸드 시장에서의 시장지위가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인수 이후 SK하이닉스의 디램과 낸드 사업이 각각 매출의 60%,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