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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으로 몰려 불법 고문을 당한 피해자의 재심에서 ‘고문이 없었다’고 위증해 기소된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수사관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유석동·이관형·최병률 부장판사)는 21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전 안기부 수사관 구모(77)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이 선고한 형이 적정하다”며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 등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 이미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었다”며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에게 속죄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가 2014년 사망해 피고인이 그에게 속죄할 길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밝혔다.
19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이었던 구씨는 피해자 심진구씨가 영장 없이 연행돼 고문당한 사실을 알고도 2012년 심씨의 재심 공판에서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심씨는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격인 김영환씨와 함께 자취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1986년 안기부 남산 분실에서 영장 없이 연행돼 37일 동안 조사를 받았다.
안기부는 심씨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가혹행위를 했고, 심씨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1987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2년이 확정됐지만, 2013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심씨는 이듬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심씨의 딸은 구씨의 위증죄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인 2019년 3월 구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