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안정성 등 경영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3곳 중 1곳 이상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으로 집계됐는데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21일 ‘2019년 기업경영분석’을 통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74만1,408곳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등이 모두 전년 대비 악화됐다고 밝혔다.
기업의 성장성을 따지는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0.4%(전년 대비) 늘어나는 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2017년(9.2%)이나 2018년(4.0%)에 비하면 큰 폭으로 낮아진 수치다. 특히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 등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1.7% 감소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됐고 글로벌 통상마찰도 있어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또한 나빠졌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4.2%를 기록했는데 2017년 6.1%, 2018년 5.6% 등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4.4%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2018년(7.3%) 대비 3%포인트나 하락했다. 고정비용은 그대로인데 매출이 크게 줄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36.6%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100% 미만일 경우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낸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업 3곳 중 1곳은 사실상 좀비기업 상태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업의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2018년 111.1%에서 지난해 115.7%로 증가했다. 1년 동안 회사채 순발행 금액이 6조3,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8.8%에서 29.5%로 증가했다.
올해 기업 환경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지난해보다 훨씬 나빠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9월 한은이 발표한 외부감사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의 올 2·4분기 매출액 증감률은 -10.1%를 기록했다. 1·4분기(-1.9%)의 5배 수준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인 기업들의 비중이 올 들어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