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
일본이 오는 2022년부터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공장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삼중수소 총량을 훨씬 넘는 수준의 삼중수소를 매년 해양과 대기로 방출시키려 계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처리공장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우라늄·핵분열 생성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고준위·중준위·저준위로 구분해 방사성 폐기물로 회수하지만 삼중수소를 포함한 여러 방사성 물질이 바다와 대기로 방출된다. 사용후핵연료 중 중금속의 약 1%인 플루토늄은 원자로에 혼합산화물 (MOX) 연료로 재사용되기도 하지만 핵무기 재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뿐 아니라 로카쇼 재처리공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설계용량으로 연간 800톤 처리능력인 로카쇼 재처리공장은 연간 약 9,700조㏃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방출하고 약 1,000조㏃의 삼중수소를 대기로 방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10배 이상을 바다로, 1배 이상을 대기로 각각 방출하는 셈이다. 그는 이어 “일본은 30여년 전 소련(현 러시아) 해군이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섬 근처의 동해에 수백톤의 저준위 핵 폐수를 투기할 때 외교분쟁을 벌였다”며 “당시 소련이 방사능 농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보다 낮다고 주장했으나 1993년 말 도쿄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핵 폐수 투기 중단을 끌어냈다. 그런데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나 재처리 공장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려 하는 것은 이율배반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인류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등 핵실험을 그동안 1만건 넘게 한 상황에서 유독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만 타깃으로 삼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자력계의 한 관계자는 “핵실험으로 방사능 수준이 지난 수십년간 몇 배나 올라갔는데 과학적 진실과 사회적 반응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