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 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는 무료접종 시작 첫날에 병원에 가서 독감백신을 맞았는데 올해는 흉흉한 소식이 돌면서 감히 엄두가 안나네….”(서울시 거주 72세 이모씨)
인천과 전북·대전에 이어 21일 제주와 대구, 경기도 고양과 광명에서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노년층과 어린이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 중심으로 ‘백신 포비아’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모(68)씨는 “무료라고 해서 내일 예방 접종을 하러 가려고 했는데 잇단 사망 소식에 병원에 예약 취소 전화를 걸었다”며 “마음이 불안해서 좀 더 상황을 보다가 유료 백신을 맞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고령층 부모를 둔 자식들도 급히 전화를 걸어 백신 접종을 말리고 있다. 전북 완주에 사는 박모(65)씨는 “타지에 사는 아들딸들이 ‘지금은 백신을 맞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터라 당최 언제 독감백신을 맞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잇단 접종 사망자 소식에 영유아와 초등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세 아기를 키우고 있는 전직 간호사 채모(31)씨는 “그저께 사망기사를 보고 올해는 가족 모두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들 위생에 신경 쓰는 분위기라 독감 유행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요 병원의 경우 독감 접종 내원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마포구 소재 A 내과의원 관계자는 “체감상 독감 접종 내원 환자분들이 한 70% 이상은 줄은 듯하다”며 “원래 많으면 하루 200명도 방문하는데 오늘은 한 15분 정도 온 듯하다”고 전했다.
다만 ‘불안해도 지금 맞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독감은 노년층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경기도 구리시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전모(89)씨는 “나이가 들면 사소한 감기도 위험해 매년 독감백신을 맞아왔고 올해도 맞았다”며 “다만 이번에는 접종자가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민구·허진·김태영·심기문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