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쓴소리를 하던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했다. 정계 은퇴는 아니다. “사회에 기여할 일을 찾겠다”며 민주당엔“오만하다”, 국민의힘은 “더 반성해야 할 당”이라며 양비론을 택했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 전 의원이 중도층만 30%에 달하는 서울시장 판도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때 등을 돌렸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손을 잡고 중도진영의 덩치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초선 띄우더니 이젠 “인물 안 보인다” 野 서울시장 딜레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국회사진기자단
복수의 중도·보수진영 관계자는 “금 전 의원의 탈당으로 서울시장 판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21일 내렸다.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 재보선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추문이 원인이다. 야권에 유리한 구도다. 하지만 오히려 제1 야당이 선거를 두고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0월 국감시즌 와중에 당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이 사퇴하는 일이 불거졌다. 김선동 전 총장이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며 경선준비위원은 물론, 총장직도 던진 것이다. 여기에 당의 씽크탱크인 지상욱 여의도연구원 원장도 경선준비위원직을 내려놨다.
제1 야당이 국민의힘이 뚜렷한 서울시장 후보군을 두고 갈팡질팡한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당초 윤희숙 의원 등 당 초선에게 시장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무더기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자 지난 9일 “(개헌저지선인) 100석이 깨지는 위험한 짓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비대위를 지원할 총책임자인 당 사무총장이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두며 나갔다.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는 “인물이 안 보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우상호 의원과 박주민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오르내리지만 정치권에선 확실한 주자가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울 중도층 30%, 금태섭 탈당 ‘반민주·비국힘’ 공간 열려
지난 7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인권 및 평등 촉구 공동행동 회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로 행진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이 와중에 금 전 의원이 탈당한 것이다. 제3 지대 이야기가 즉각 나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확히 ‘반민주·비국민의힘’ 공간을 열었다는 진단이다.
서울시(28.9%)는 민주당의 지지율(리얼미터 10월 2주차 기준)이 대구·경북(TK·19%) 다음으로 낮다. 그런데 이른바 ‘중도층’이 30.4%(무당층 15.2%·없음 14%·모름/무응답 1.2%)로 30%가 넘는다. 국민의힘(34.5%)이 유력한 후보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반민주·비국민의힘’을 선언한 금 전 의원이 나선다면 중도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합류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언론에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이 반성해야 할 당”이라며 민주당과 함께 국민의힘과도 선을 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인연으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 정치권에 들어온 금 전 의원은 소신 발언과 행동으로 중도 이미지를 굳혔다.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그는 따라 나서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당에서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당론으로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져 당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여권을 비판하며 재야의 큰 스피커가 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그가 나온다면 내 한 표를 그에게. 지지할 후보가 없었는데 잘 됐네”라며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중도 중심의 야권 통합 길…安과 제3의 길 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연합뉴스
금 전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 재회해 중도의 판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 전 의원은 2015년 저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안 대표에 대해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공개 저격한 바도 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사이가 좁히기 힘들 정도로 멀어졌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금 전 의원을 비판한 사람들은 이제 모두 안 대표를 떠난 사람들”이라며 “안 대표가 금 전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이 변수가 돼 서울시장 선거가 ‘중도-보수-진보’ 3자 구도로 흐르고, 야권 통합이 이뤄진다면 중도와 보수진영 가운데 지지를 많이 얻는 후보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도보수 단일화다. 김종인 위원장도 기회를 열어놨다. 그는 금전 의원에 대해 “탈당과 관계없이 가끔 만났던 사람”이라며 “한번 만나볼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여권도 이를 의식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계속하겠다니 국민의힘 행 보다는 국민의당 행을 권한다. (중략) 한솥밥을 먹었던 철수형(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 외롭다. 이럴 때 힘 보태 주는거다”라고 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