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맞으셨는데…" 대전서 70대 '독감백신' 맞은 뒤 숨져, 전국 11번째 사망자(종합)

정세균(뒤쪽 가운데) 국무총리가 21일 세종시 연동면 보건지소를 찾아 한 어르신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모습을 살피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총 9명으로 집계돼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후 의식 불명에 빠졌던 70대 여성이 끝내 숨지면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일주일 사이 11건으로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민들 사이에 확산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보건당국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10분쯤 유성구 지족동에 사는 A(79)씨가 대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을 거뒀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유성구 반석동에 위치한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제조번호 PT200802)를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백신을 맞은 당일 오후 8시부터 A씨는 심한 구토와 고열 증상을 보였고 이튿날인 20일 점심 무렵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대전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A씨는 독감 백신 접종 전 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없었고 백신을 접종하러 가실 때도 건강한 상태였으며 매년 백신을 맞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전에서는 지난 19일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도 20일 오후 2시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당국이 역학 조사에 나선 상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서구 관저동 한 내과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고 귀가한 이 남성도 이날 숨진 70대 여성과 제조회사가 같지만 ‘로트 번호’(개별 제품보다 큰 단위의 제조 일련번호)가 다른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제조번호 PT200801)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은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정해교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사망한 두 분 모두 접종 전 예진할 때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기재했다”며 “과거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해 예방접종 때문인지 등 인과관계를 정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독감백신 접종 이후 접종자가 사망한 사례는 지난 16일 인천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인천 지역의 17세 청소년이 14일 백신 접종을 받은 후 16일 사망했다.

20일에는 전북 지역 77세 여성, 대전 지역 82세 남성, 서울 지역 53세 여성이 숨졌으며 이날 추가로 대구 지역 78세 남성, 제주 지역 68세 남성, 경기 지역 89세 남성이 사망했다.

전남 목포에서도 20일 90대 할머니가 한 병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후 같은 날 오후 사망했다.

당국은 사망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날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이상반응과의 인과관계, 중증이상반응 발생 시 해당 백신에 대한 재검정과 사업 중단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사망사례 6건에 대해 피해조사반에서 논의한 결과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이상반응 사례도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전체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질병청은 조사 중인 사례 가운데 1건은 독감백신의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기준 독감백신 접종건수는 약 1,297만건이며 이 중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자의 접종건수는 836만건이다. 전날 기준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는 431건으로 이 중 154건은 유료접종자, 277건은 무료접종자였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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