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국회에서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열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작심 발언’에 나설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데 이어 21일에도 윤 총장·대검을 저격하는 글을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에 현직 부장검사가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를 두고 ‘정치적 행위로 의심받는 일’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반발 기류가 검찰 내부에 조성되면서 법무부·검찰 사이 갈등이 증폭되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윤 총장이 대검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해 반박·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이를 계기로 검찰에 반박 기류가 조성되면 양측 사이 갈등은 최고점에 이를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선 윤 총장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손발이 묶이는 등 고립무원에 빠진 상황에서 윤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본인 입장을 외부에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 내부에서도 윤 총장과 대검을 저격하는 SNS 글까지 몰아치던 추 장관의 공세에 반발하는 기류가 검찰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검 감찰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2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총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 당시 수사를 하다 좌천되는 모습을 보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이 한순간에 부서져 버렸다고 밝혔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이은 여권의 공격에 이어 추 장관의 2차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결국 총장님을 공격해 또다시 총장직 사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정치적 행위로 의심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3일 만에 소위 ‘검찰총장이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시는 대단한 ‘궁예의 관심법’ 수준의 감찰 능력에 놀랐다”고 비꼬았다. 또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의혹을 부인했으나 또다시 2차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놀랐다”며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9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지 이틀 만으로 현직 검사의 첫 반발이다. 추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수사와 관련해 “국민을 기만한 대검찰청을 저격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현직 검찰 간부의 글이 올라옴에 따라 그동안 숨죽였던 다른 검사들도 잇따라 글을 올릴지 관심이다. 반박 기류가 퍼지는 데 이어 윤 총장이 ‘폭탄 발언’을 쏟아낼 경우 현재의 종전 상태가 아닌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 발언에 검찰 내부 불만이 집단 표출하면서 ‘검란(檢亂)’까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내에서 추 장관 수사 지휘를 두고 수사 중립성 논란에 따른 ‘총장 무력화’나 ‘허수아비 총장 만들기’ ‘노골적 검찰권 침해’ 등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윤 총장 발언→검찰 내 반발→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 있는 눈’ 조형물에 비친 대검 모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총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침묵은 후배 검사들의 신뢰 붕괴는 물론 검찰 내 방향성 상실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윤 총장이 추 장관 수사 지휘에는 말을 아꼈지만 국감에서는 본인 소신에 따라 발언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지금까지 신중한 모습과 달리 국감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 등까지 본인 생각을 쏟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예상되는 내용은 연이은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는 검찰청법 8조에 따라 보장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장관의 지휘권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행사한다는 게 종래의 공통된 인식이다. 윤 총장이 ‘연이은 지휘권 행사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흔들 수 있다’며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특히 이를 근거로 내년에 설립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앞서 본인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모두와 연락한다”는 점을 언급했던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여권 인사가 청탁을 했다’거나 ‘압력을 받았다’는 식의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본인 가족이나 측근 등 수사가 현재진행형이라 오히려 국감에서 말을 아끼거나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은 과거 국감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그만큼 그가 검찰 조직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추 장관에 대한 직접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이경운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