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일반공모주 청약 첫날인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에는 오전부터 투자자들이 몰려 청약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이호재기자
빅히트(352820)의 대주주가 상장 직후 매물폭탄을 쏟아낸 가운데 하반기 공모주 중에도 주요 주주가 상장 초기 지분을 대거 현금화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도 투자 목적으로 증시에 진입한 것인 만큼 매도 자체를 문제시할 수 없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두고 초보 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방식을 택해 공모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21일 코스닥에 입성한 비비씨(318410)의 주요 주주 지앤텍벤처투자는 상장 당일 보유지분 1.32%를 장내 처분했다. 비비씨는 상장 첫날 주가가 19% 급락하며 ‘공모주의 배신’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달 23일 코스닥에 데뷔한 비나텍의 대주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상장 초반 3거래일에 걸쳐 보유지분의 절반인 3.67%를 장내에서 정리했다.
빅히트의 4대 주주 메인스톤 역시 상장 직후 총 주식의 4.44%를 투매해 3,644억원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빅히트의 대주주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상장 첫날 19만6,177주(0.5%)를 주당 31만2,874원에 장내 매도해 613억원어치를 차익실현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대주주의 물량 폭탄에 밀려 빅히트는 전날까지 최고가 대비 49%나 급락하는 등 상장 후 연일 추락세를 거듭하다 이날 0.56% 오른 18만원에 마감하며 6거래일 만에 간신히 반등했다.
다만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기는 어렵다. 기관이 투자하는 이유도 결국 ‘돈’인 만큼 수익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속성은 투자 주체를 불문하기 때문이다. 애초 상장 초반부에 매물을 던지는 것은 이들의 기본 전략 중 하나이며 최근 공모주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투자금 회수에 적극 나설 유인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블록딜’이라는 방식이 있음에도 ‘장내 매도’를 택해 개인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변동성이 큰 상장 초기를 벗어나 주가가 안정세에 접어든 후 블록딜을 통해 처분할 수 있었음에도,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초보 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긴 행태는 옹호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또한 대주주의 책임감 있는 행태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5% 이상 지분을 대거 보유한 투자가답게 윤리의식이 필요하지만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며 공모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을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증권사의 IPO담당 이사는 “상장 초기 물량을 대거 출회시키는 것은 곧 주가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며 “대주주는 회사에 남다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빅히트의 대주주 매도는 결국 투자자는 ‘돈쟁이’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으며 ‘소탐대실’을 자초한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