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데…중소기업에 세금 더 내라는 정부

中企도 내년 유보금 과세…기업 절반 대상 될듯
설문조사 결과 90%가 “도입 안된다” 반발 거세
경영 위축 불가피…27일 첫 공개토론회 ‘주목’




정부가 내년부터 중소기업이 투자용으로 마련한 현금(유보금)에 과세를 물리기로 해 중소기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탈세를 막기 위해 선량한 중소기업까지 일률적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하느냐는 불만과 올해 최악의 경영 여건을 마주한 기업에 과세 부담까지 지우느냐고 격앙된 분위기다. ★본지 7월27일자 1·5면 참조

2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12~16일 비상장 중소기업 309곳을 대상으로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대한 설문 결과, 90.2%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과세가 이뤄지면) 중소기업의 미래성장 잠재력과 기업가 정신을 위축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부당한 제도라고 판단될 때 보완이나 시기 유예를 요청하는 경제단체가 철회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문제가 있다’고 공감한 것으로 알려진 국회와 달리 과세안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이같은 강한 반발을 부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대 주주,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에서 유보금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또는 자기자본의 10% 이상으로 쌓아둘 경우 이를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일부 개인 유사법인의 탈세를 막겠다는 이 과세안이 중소기업계 반발을 키운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우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상황이 악화된 중소기업의 절반 꼴로 이 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300곳의 보유 지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분 80% 이상인 곳이 49.3%였다. 이번 과세의 적용 기준인 ‘80% 이상’에 부합하는 중소기업이 절반 가량 된다는 얘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 지분 대부분이 대표자와 대표자 가족에 편중된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과세안에 대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유보금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당수 기업이 유보금이 없거나 있어도 비축해야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과세안 반대 이유에 대해 34.1%는 ‘기업의 자율성 침해’를 꼽았고 20.7%는 ‘투자, 연구개발, 신사업 진출 등 미래성장을 위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내년 유보소득이 발생할 경우를 묻자 48.4%는 ‘이월한다’고 답했는데, 이유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답변이 44.6%였다. 이월하지 않는 기업 가운데 51.3%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보소득이 없다’고 답했다.

이번 과세안이 중소기업 간에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다. 지분율을 낮춰 과세를 피하는 편법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벌써 현실화된 분위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벌써 일부 중소기업은 신탁회사로부터 ‘과세를 피하게 해주겠다’며 지분 일부를 넘기고 약간의 수수료를 내라는 식의 제안을 받고 있다”며 “결국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은 과세를 피하고 작은 기업만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세안을 밀어붙인 게 불만이었던 중소기업계는 본격적으로 여론수렴에 나선다. 중기중앙회는 오는 27일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에는 주요 중기단체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재부 임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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