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지폐./EPA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중국 인민은행과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을 590억달러(약 70조원)로 확대하고 기간도 5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7월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연장한 데 이어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도 확대·연장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확실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22일 한은은 이주열 총재와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이달 10일 만료된 기존 계약(560억달러·3년) 대비 규모와 기간을 모두 확대하면서 외환시장 안전판을 한층 더 두텁게 했다.
계약이 만료된 이달 10일 직전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양국 통화를 환산할 경우에는 64조원에서 70조원, 3,600억위안에서 4,000억위안으로 각각 늘었다. 이로써 중국이 체결한 통화스와프 중에서는 홍콩(4,000억위안)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큰 계약이다. 중국이 유럽중앙은행(ECB)·영국과 각각 맺은 계약(3,500억위안)보다 규모가 크다. 한국 입장에서도 한도가 있는 계약 중에서는 가장 큰 한미 통화스와프(6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당초 기존 계약 내용을 연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규모와 기간 모두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양국의 정치적인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이 꼽힌다. 2017년 계약 연장 협상 과정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양국 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지해오면서 두 중앙은행 간 신뢰도 쌓였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은은 “양국 교역 증진, 금융시장 안정, 상대국 진출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연장계약을 체결했다”며 “특히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도 무역대금을 자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역내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 확대를 경제적 연관성 강화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는 위안화 강세 흐름에 강하게 동조하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이달 21일 1,131원90전으로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원 오른 1,132원90전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4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오전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면 시장안정조치를 강화해나가겠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한 직후 1,138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오후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