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크스 골프클럽의 5번홀(파3) 전경. 그린 앞의 페널티 구역이 티샷 때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 /사진제공=SK핀크스
핀크스 골프클럽 13번홀(파4). 티잉 구역부터 그린까지 오르막이며 그린 좌우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사진제공=SK핀크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 최혜진(21·롯데)은 꼭 1년 전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아름다운 기억을 남겼다. 최혜진에게 지난해 11월3일 이곳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골프퀸’ 대관식 현장이었다. 4개월간의 우승 가뭄을 씻고 시즌 5승을 거둬 다승왕과 대상을 확정하고 상금 1위도 탈환하며 전관왕의 기반을 다졌다.
위기도 있었다. 3라운드 선두를 달리던 최혜진은 14번홀(파3)에서 티샷한 볼이 벙커 모래에 깊이 박혔다. 볼은 겨우 윗부분이 보이는 정도였고 모래의 오르막 경사는 스탠스를 제대로 잡지 못할 만큼 가팔랐다. 한 번에 벙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2타를 잃으면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곧장 2연속 버디로 만회한 이후 이튿날 최종라운드에서 3타 차 우승까지 내달렸지만 자칫 경기 흐름을 놓쳐 흔들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이 4년째 개최되는 서귀포의 핀크스GC는 한라산과 산방산 중간에 위치해 모든 홀에서 제주의 다채로운 자연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름다움 속에 편안함과 도전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길이의 홀, 코스 곳곳에 정교하게 설계된 벙커와 연못, 계류 등의 장애물은 공정성과 변별력을 높인다. 좋은 샷에는 확실한 보상을 선사하는 반면 미스 샷에는 요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2005년 국내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에 뽑힌 핀크스GC는 유럽프로골프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등 국내외 굵직한 대회를 치러낸 국제적 토너먼트 코스다.
코스의 승부처는 길고 까다로운 파4홀들이다. 10개의 파4홀 가운데 370야드 이상이 7개나 되고 그중 3개는 400야드가 넘는다. 지난해 대회 홀별 난이도를 봐도 상위 6개 홀 중 4위를 차지한 2번홀(파3)을 뺀 5개가 파4홀이다.
선수들을 가장 괴롭혔던 곳은 7번홀(파4)이다. 과거 3년 모두 가장 높은 평균타수가 기록됐다. 지난해 나흘간 버디는 3라운드 단 1개를 포함해 20개밖에 나오지 않았고, 보기 이상의 스코어는 95개나 쏟아져 평균 4.28타가 작성됐다. 왼쪽으로 약간 휘어진 형태의 이 홀은 길이가 무려 420야드나 된다. 그린 앞쪽 좌우에 벙커가 있어 티샷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2온이 어렵다. 선수들은 “이 홀이 까다로운 이유는 파5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8번홀(파4)도 만만찮다. 평균 4.19타로 난도 2위에 올랐으며 핀크스GC를 설계한 세계적 디자이너 고(故) 테오도르 로빈슨이 가장 사랑했던 홀이다. 1·2라운드 388야드, 3·4라운드 때는 409야드로 운영돼 우승컵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그린은 전체적으로 평지 또는 약간 내리막이고 뒤편은 곧바로 관목 숲이다. 핀 앞쪽에 세컨드 샷을 안착시키는 게 최선이지만 그린 앞으로는 오른쪽 연못과 연결된 개울이 가로막고 있다.
11번·12번·13번홀(이상 파4)은 ‘마의 구간’이라 할 만하다. 각각 난도 3위(4.18타), 5위(4.12타), 6위(4.10타)로 세 홀 연속으로 오버파의 평균타수가 기록됐다. 11번홀(378야드)은 완만한 오르막 경사가 이어져 체감 거리는 400야드가 넘고 그린이 솟아오른 형태여서 세컨드 샷에서 클럽 선택을 놓고 고민이 커진다.
긴 러프와 유리판 그린도 선수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좁은 편은 아니나 질긴 켄터키블루그래스 러프를 55㎜로 길러놓아 볼이 잠기면 그린 공략 때 거리와 방향을 맞추기가 힘들다. 그린 스피드는 메이저대회 수준인 3.5~3.6m를 유지하고 롤링 작업으로 경도를 높일 예정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