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된 ‘기타법인’ 넌 누구냐…하반기 코스닥 2조 던졌다

7월부터 1조9,872억 코스닥 순매도 '역대 최대'
IPO 활성화에 차익 실현 창투사들 매도세 영향
일반 법인들 투자목적 타 법인 주식 처분도 늘어
코스닥 '큰손'됐지만 증시 피해주는 경우도 많아


개인·외국인·기관 등 주요 투자주체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기타법인’이 하반기에만 코스닥에서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기타법인은 증권·보험·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창업투자회사(VC)나 일반법인 등을 의미한다. 올 들어 기업공개(IPO) 붐을 타고 예비상장회사의 초기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해 상장 후 증시에서 대량매도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며 해당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기타법인은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총 77거래일 가운데 단 나흘만 제외한 ‘팔자’ 행진을 이어가며 누적 순매도 금액이 1조9,872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기타법인의 누적 순매도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년 같은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인 4,401억원과 비교해도 350% 급증한 수치다.

코스닥시장에서 기타법인의 매도세가 대폭 늘어난 것은 IPO 시장의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타법인은 유망 중소기업 등에 초기 투자하는 창투사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즉 올해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코스닥 신규 상장사가 늘어나자 차익실현의 기회가 대폭 늘어난 창투사들이 연일 기업의 지분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시장에서는 코스닥 상장 기업들에 대한 창투사들의 대량매도가 이어졌다. K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2차전지 장비제조기업 신풍제약(019170)은 2,15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시간 외 매매로 한꺼번에 처분했는데 이날 신풍제약의 주가는 14.21%나 하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할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나 코스닥 지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대부분의 창투사들은 신중을 기해 매도에 나서려고 한다”며 “하지만 일부 투자회사는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많으니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기업의 보호예수 물량 등을 항상 꼼꼼히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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