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지부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권욱기자
독감 예방접종 10여일 뒤 신경계 질병 ‘길랭바레증후군’을 진단받은 70대가 법원 판결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이수영·백승엽 부장판사)는 최근 A(74)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7일 경기 용인의 한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가 11일 뒤 다리와 허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결과 길랭바레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길랭바레증후군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마비시키는 말초성 신경병으로, 바이러스 감염 또는 예방접종 후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진 질병이다.
A씨는 질병관리청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길랭바레증후군과 예방접종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7년 7월 신청이 기각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의신청도 기각됐다. A씨가 길랭바레증후군을 진단받기 닷새 전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는데, 이 같은 소화계통 감염이 길랭바레증후군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기각 이유였다.
이러한 질병관리청의 처분에 불복한 A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소 제기가 기각 처분 후 90일이 넘은 후 이뤄졌다며 각하 처분했다.
이에 A씨는 항소심에서는 최초의 기각 처분이 아닌 이의신청 기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내용을 바꿔 청구했고,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소송 요건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예방접종과 길랭바레증후군 사이에 시간적인 밀접성이 있으며 예방접종으로부터 길랭바레증후군이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