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테크(Tech) 등 한국의 주요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호황을 이어가면서 억만장자가 보유한 자산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발간한 ‘2020년 세계 부 보고서’에 따르면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상위 1,000명 중 한국의 억만장자(9명)가 보유한 평균 순자산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월 말보다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로만 보면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억만장자의 평균 순자산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증가한 국가는 중국(142명·3.2%)과 일본(15명·1.4%)이 유일해 자동차·테크 등의 산업이 주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기간 억만장자의 글로벌 평균 순자산액은 15.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백만장자 수는 전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체 5,190만명의 백만장자 가운데 2%(약104만명)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백만장자 수는 미국이 39%로 가장 많았고, 중국(11%)·일본(6%)·영국(5%)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순자산이 5,000만달러를 초과하는 한국의 초고액 성인자산가 수는 2,033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8년말 대비 453명 감소한 수준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한국은 같은 기간 백만장자의 수는 증가해 이는 자산 상위 집단의 총자산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고액자산가 집단 내에서 자산이 재분배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의 초고액 성인자산가 수는 지난 6월까지 30명이 추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총자산은 지난 6월 기준 약 1조달러(0.25%)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팬데믹 초기인 1~3월에 총자산이 17조5,000억달러 감소하면서 기존 예상치를 7조2,000억달러나 밑도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총자산이 36조3,000억달러 급증한 것과도 대비된다. 성인 1인당 자산도 지난해에는 8.5% 증가한 7만7,309달러를 기록했지만, 올 6월에는 7만6,984달러로 감소해 예상치에 1,391달러 못 미쳤다. 나네트 헤클러-페이더브 크레디트 스위스 인터내셔널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까지 팬데믹(대유행)이 가계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면서도 “기업 및 소비자 행동의 변화와 일시적으로 낮아진 경제 성장은 생산 손실·유휴 시설 발생·섹터 변화로 이어져 한동안 가계 자산 축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글로벌 경제 충격 요인으로 인해 우리는 가계 자산 성장세가 잘해야 2021년이 지나며 서서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주요 경제국 중에서는 중국이 확실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