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담] '사면초가' 윤석열, 내년 대권으로 '국민봉사' 나설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권익위, '檢옴부즈만' 연내 추진... 秋 동의 유력
총리실도 '한동훈 재직' 법무연수원 암행 가세
이 와중 尹은 "퇴임 후 국민에 봉사 방법 생각"
與 "정치인이 목표냐" vs 野 "백전불굴의 장군"
내년 7월 퇴임 전후 분수령... 대권 '태풍의 눈'
'중립성 의심' '양극단 지지자들 비호감'은 부담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라임·옵티머스 등 현 정부 관련 검찰 수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정부와 여권 곳곳에서 여전히 잇따르고 있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권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임 후 국민을 위해 봉사” 발언이 그의 내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돼 정치권을 크게 달궜다. 특히나 차기 대선을 겨우 1년6개월 남짓 남긴 상황에서 야권에서는 군소 후보만 난립하고 있어 그의 존재감이 부쩍 눈에 띄는 모양새다. 앞으로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차기 대권 구도에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

권익위, ‘檢옴부즈만’ 도입 유력... 秋 수용할 듯

정계와 관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윤 총장과 검찰 조직을 향한 정부의 견제는 최근까지도 사방에서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애초 법무부 차원에서만 이뤄졌던 견제 조치들이 이제 다른 정부 부처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단독] 정부, '검찰 옴부즈만' 연내 추진... 檢 '셀프 민원처리' 제동

국민권익위원회의 경우 검찰의 위법한 수사 절차를 조사할 수 있는 ‘검찰 옴부즈만 제도’를 이르면 올해 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오는 11월3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제17조에 규정된 권익위 ‘소위원회 업무 분장 사항’에 ‘경찰기관’을 ‘검찰 및 경찰기관’으로, ‘경찰 관련’을 ‘검찰·경찰 관련’으로 바꾼 게 핵심이다. 검찰·수사관의 고성·반말, 사건 진행 상황 안내 거부, 협박조 강요, 편파적 발언, 조서 날인 종용, 수사 지연 등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권침해 민원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 등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권익위는 검찰에 불이익에 대한 시정권고·의견표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권익위의 특수 옴부즈만은 지난 2006년 참여정부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권익위 전신)에 도입하면서 시작된 제도다. 하지만 경찰과 군에 대해서만 설치했을 뿐 유독 검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권익위는 검찰 옴부즈만 도입을 꾸준히 시도했지만 법무부의 반대로 매번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의 위법한 수사를 권익위가 조사할 수 있도록 옴부즈만 제도를 수용하라”고 권고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검찰개혁 논란이 정점에 달한 뒤 김오수 장관 대행이 재임하던 시절이었다.

이번 시행령은 입법예고 기간 이후 ‘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 등의 과정을 거쳐 의결될 예정인데,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달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해당 제도에 이견을 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추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의 입장 변화가 14년 만에 권익위의 검찰 견제를 끌어낸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한동훈 재직’ 법무연수원 점검에 총리실까지 가세

최근 국무총리실과 법무부가 잇따라 법무연수원을 점검한 것도 윤 총장과 측근에 대한 압박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관련기사> ▶[단독] 총리실 법무연수원 보안 점검·한동훈 복무점검…거세지는 尹 측근 압박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이달 초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본원에 대해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해당 시점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전보 조치 되기 약 일주일 전이었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전체 정부 기관을 상대로 암행 감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과거에도 법무부 관련 기관을 점검한 예는 있지만 기관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법무연수원을 점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보안점검에서는 통상 근무자의 출퇴근이나 내부 서류, 개인 컴퓨터 관리 등을 살펴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법무부 복무점검과 연계해 총리실 역시 한 검사장을 겨냥한 점검에 나선 게 아니냐고 추정했다. 한 검사장은 지난 14일 법무부에서 전보 조처를 통보받고 19일부터 진천 본원으로 출근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한 검사장이 새 근무지로 처음 출근한 당일 복무점검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측은 “어떤 경위로, 무엇을, 왜 점검했는지는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각 부처에 대해 계기가 있으면 점검을 나간다”고만 밝혔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윤석열 “정치 뜻 말 못 하지만 퇴임 후 봉사 방법 생각”

윤 총장을 둘러싼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진행된 대검찰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실시간 합계 시청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대흥행을 이뤘다. PC나 모바일 등 다른 채널로 이를 시청하거나, 녹화방송으로 본 국민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청률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나온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관련 발언은 정치권을 순식간에 긴장시켰다. 윤 총장은 대권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문이 국감에서 나오자 “지금은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면서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정계 진출 의향과 관련해서는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은 셈이었다.

윤 총장은 이와 함께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고 밝혔다. 그 메신저가 어떤 경로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여권의 사퇴 압박엔 최대한 버티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물리적으로 촉박하기는 하지만 산술적으로는 퇴임 후에도 얼마든 정계 진출이나 대권 도전이 가능하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 옷을 벗고 야인이 될 경우 곧바로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정계에 투신하는 편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대항할 야권의 대표 주자, 또는 주류 세력이 현 시점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에겐 호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與 “정치인이 목표냐” vs 野 “백전불굴의 장군”

윤 총장의 이날 발언에 여야는 즉각 뜨겁게 반응했다. 여당은 윤 총장의 정치적 의중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를 냈고, 국민의힘 등 야당은 윤 총장을 엄호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제3 지대론’까지 거론됐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윤 총장은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도 같은 날 “윤 총장의 행동은 검찰이라는 조직을 끌고 정치에 뛰어드는 정치 행위”라고 비난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정치인을 목표로 두고 거의 정치인 수준의 발언을 한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김남국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치에 개입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 장관이 법에도 없는 권한을 가지고 검찰총장에게 수없이 갑질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평가했고, 같은 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무엇을 감추려고 검찰 수장을 난도질하는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며 “백전불굴의 장군을 묶어놓고 애송이들이 모욕하고 온갖 공작을 동원하지만 결국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큰 격차로 우월함을 뜻하는 은어) 실력 차를 넘지 못하는, 나는 사랑을 몰라”라고 적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정치인이자 직전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하 논란’을 거론하며 “참 법조인답지 않은 말들을 하고 있다”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윤 총장은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오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경제DB

대권 여론조사에선 제외... 실제 정계 진출 여부 미지수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이 실제 정계로 뛰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윤 총장이 실제 정치권에 투신하는 순간, 그가 내내 강조해 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한순간에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이 같은 소신은 역설적으로 그가 유력 대권 후보군으로 주목받게 된 최대 자산이기도 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대표 등의 사례처럼 장외에서의 기대와 현실에서의 정치력 검증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지휘해 온 이력이 골수 진보·보수 양쪽 지지자들 모두에게 호감을 얻기 어려운 커리어라는 지적도 있다. 그가 말한 ‘봉사’가 이전 검찰총장들처럼 원로 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을 뜻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의 ‘퇴임 후 봉사활동’ 발언에 대해 “반드시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며 “변호사들이 사회활동으로 봉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총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선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윤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을 통해 언론과 여론조사 업체에 자신을 차기 대권 후보에서 제외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한 바 있다. 상당수 여론조사 기관도 그를 후보 명단에서 뺐다. 그의 정계 진출 여부가 드러날 분기점은 아마도 내년 상반기 그의 퇴임 직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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