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찾아 ‘더월(The Wall)’ 패널을 보면서 건설 경과 및 향후 계획 등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부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부회장/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지난 2018년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 했을 때에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를 대표해 구본무 LG회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장 전 실장을 통해 “정말 존경받는 재계의 큰 별이 가셔서 안타깝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이 회장의 장례가 간소하게 치러지는 만큼 이번에도 청와대를 대표해 문 대통령의 참모가 이 회장을 조문하고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이 회장 별세와 관련한 청와대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해보고 알려드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구 회장이 별세 했을 당시처럼 재계와 소통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를 대표해 조문을 하게 된다면 삼성가와는 ‘악연’이라 할 수 있는 김상조 실장이 조문을 맡게 된다. 시민 단체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 실장은 삼성의 승계 문제를 오랫동안 파헤쳐 왔다. 지난 2017년 박영수 특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논리를 제공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 때의 전례가 있는데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이 회장과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은 재계 총수 회동 등을 통해 짧게라도 이 회장과 인연을 맺었으나, 지난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취임했을 때에는 이미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져 병실에 있던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인도를 국빈 방문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모디 인도 총리와 첫 생산된휴대전화에 서명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다만 이 회장의 아들인 이 부회장과는 취임 이후 활발히 교류했다. 2018년 7월 인도 순방 당시 현지 최대 핸드폰 공장인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을 이 부회장과 함께 찾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데 이어 각종 기업인 행사 등을 통해 총 10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반도체 경기’를 직접 물어보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삼성 공장이나 연구소를 방문해 달라는 이 부회장의 요청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격려하며, 우리나라를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