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배상' 미국식 아닌 국내기준 적용...배상액 낮아져

1심 8,000만원· 2심 7,000만원
법원 "국내에 맞는 장애평가 필요"

/연합뉴스

법원이 미국식 기준으로 정해졌던 의료과실 손해배상액을 대한의학회가 정한 새 기준에 따라 산정한 판결을 냈다. 대한의학회 기준 적용으로 법원은 종래보다 낮은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종광 부장판사)는 A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약 7,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에서 정한 배상액은 1심보다 1,000만원 정도 줄어든 것이다. 1심에선 기존 미국식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했다면 2심은 대한의학회 기준으로 산정한 따른 결과다.


법원은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이 얼마인지를 따진다. 노동능력상실률이란 후유장해로 인해 상실한 노동 능력의 정도를 비율로 산출한 것이다.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이 노동능력상실률을 그동안 법원은 미국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토대로 계산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36년 초판 발행 후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된 평가 기준인데,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A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2018년 선고된 1심 판결에선 맥브라이드 표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이 24%로 산정돼 배상액이 8,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표에 대해 “국내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를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기면서 평가표에 없는 장애 유형들이 발생하고 있고, 평가표에 규정된 직업과 현대사회의 직업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8%로 재산정하고 이미 발생한 병력을 뜻하는 기왕증의 영향을 50%로 평가해 최종 9%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해 1심보다 1,000만원을 줄인 배상액을 결정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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