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김택진의 '야구 신화'

NC 다이노스, 81승5무53패
창단 9년만에 정규시즌 우승
꼴찌 추락 두 시즌만에 반전
데이터 야구로 압도적 질주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지난 24일 KBO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벤처 신화의 대명사’ 김택진(53) 엔씨소프트 대표가 또 하나의 꿈을 이뤘다. 프로야구 구단주로서 우승 헹가래를 탄 것이다.

김 대표가 구단주인 NC 다이노스는 지난 2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홈경기에서 연장 12회 끝에 LG 트윈스와 3대3으로 비겼다. 81승5무53패를 기록한 NC는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2011년 창단 이후 9년 만의 쾌거다. NC는 2012년 2군을 거쳐 2013년부터 1군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기존 팀들과 겨뤄왔다. 7위-3위-2위-2위-4위-최하위-5위에 이어 1군 진입 8시즌째에 첫 정규리그 우승이다.


소문난 야구 마니아인 김 대표는 2011년 3월 창단 승인식 당시 “야구는 내 삶의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였다”며 “온라인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청소년들에게 야구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일부 지기 위해 구단을 창단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그는 24일 밤 영화처럼 선수들의 헹가래로 하늘을 날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석의 25%만 개방된 가운데 5,000여 팬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게임 같은 우승이었다. NC는 꼴찌로 처진 지 두 시즌 만에 기막힌 반전을 이뤄냈다. 이적생 양의지·박석민 등과 창단 멤버 나성범·박민우 등의 조화 속에 5월13일부터 165일째 1위를 지킨 끝에 5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우승을 완성했다.

‘데이터 야구’의 승리이기도 했다. NC는 지난 시즌 선수 출신의 전력분석팀과 비선수 출신 분석가를 한데 묶어 데이터팀으로 통합한 데 이어 올 시즌은 1·2군 선수·코칭스태프 전체에 1대씩 태블릿PC 총 120개를 돌렸다. ‘야구의 과학화’를 외친 김 대표의 뜻이었다. 선수단은 태블릿PC로 언제 어디서나 구단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영상과 기록 등을 확인하며 기량 연마에 몰두했다. 김 대표는 “창단 10년이 지나기 전인 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구단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장 양의지는 “결승전이 남았다. 그걸 넘어야 강팀이 된다”며 통합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2016년에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두산 베어스에 4전 전패를 당했던 NC는 이제 최종 무대에 직행해 느긋하게 상대를 기다린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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