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이 25일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KPGA
지난해 국내 최고 전통 대회 우승으로 ‘한물 간 슈퍼유망주’ 꼬리표를 뗀 이원준(35)이 또 우승 소식을 알렸다. 1년4개월 만의 통산 2승째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신인왕이라는 이색 기록도 기대된다.
호주동포 이원준은 25일 제주 타미우스 골프앤빌리지(파72)에서 끝난 KPGA 투어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3타 차의 넉넉한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1억원. 지난해 6월 KPGA 선수권 정상 뒤 첫 우승이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신인상 부문 1·2위 김성현(22)·김주형(18)을 따돌리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서면서 신인왕 타이틀에도 바짝 다가섰다. 마지막 1개 대회에서 신인상 1위를 지키면 2000년의 석종률(31세)을 넘어 최고령 신인왕에 등극한다. 이원준은 지난해 우승 이후 한 대회만 참가해 신인상 자격이 올해로 연장됐다.
이원준은 10여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였다. 지난 2007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25세 이하 골퍼 중 세계 톱25’에 케빈 나, 앤서니 김 등과 함께 이원준을 포함했다. 이원준은 열다섯에 골프에 입문한 늦깎이인데도 무려 465야드의 무시무시한 장타를 뽐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지냈고 아마추어 때 이미 프로 대회 준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프로 전향 이후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일본 투어 등을 뛰는 동안 우승은 나오지 않았다. 손목 인대가 닳아 없어지는가 하면 허리 디스크 파열로 드러눕는 등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시달려야 했다. 선수 생명의 위기 속에서도 골프를 놓지 않은 이원준은 지난해 국내 무대에서 프로 데뷔 13년 만의 우승을 신고했고 이날은 지난해 10월 첫 아이를 얻은 이후 첫 우승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지난 21일이었던 딸의 돌 선물이 된 셈이다.
2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였던 이원준은 버디 7개와 보기 하나로 6언더파를 보태 어렵지 않게 트로피를 안았다. 한때 5타 차 선두를 달린 그는 2타 차로 좁혀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쐐기 버디를 떨어뜨렸다. 김승혁이 11언더파 2위에 올랐고 상금 1위 김태훈은 1오버파 공동 32위에 그쳤지만 대상(MVP) 포인트 부문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