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방계 일가가 이끄는 신세계·CJ 등은 대한민국 재계를 이끄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반 삼성에서 계열분리할 때만 해도 특정 사업군에 치우쳐 있었지만 지금은 거듭된 사업재편과 확장을 통해 재계의 중심축에 섰다.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회장이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세계가 대표적이다. 지난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신세계는 현재 자산총액 44조원의 재계 서열 11위 기업(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성장했다. 거느린 계열사만 41곳에 이른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일으킨 매출은 29조2,000억원에 이른다. 3세 경영에 이른 신세계는 현재 이명희 회장의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가 이마트 계열과 백화점 계열을 각각 경영하고 있다. 최근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2%씩 증여받았다. 증여 이후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8.55%,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56%로 높아졌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남매 책임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계열분리가 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큰 형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CJ그룹은 자산총액 34조5,000억원, 소속 계열사 77개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재현 회장이 2002년 회장에 취임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1993년 삼성그룹 계열분리 때 설탕·조미료 회사로 출발해 성장성에 한계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엔터테인먼트·미디어와 바이오, 물류·유통까지 사업군을 확장했다. 출범 초기 1조원 중반대에 불과했던 CJ그룹 매출은 지난해 24조원으로 성장했다. CJ그룹은 최근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면서 3대 주력사업 중심의 구조재편을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으로 대표되는 식품·유통·문화(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약했던 플랫폼,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네이버와의 제휴로 풀어내 오는 2030년까지 3개 사업 분야에서 1위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호암의 장녀 고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이 물려받은 한솔그룹은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부침이 심했다. 전주제지를 모기업으로 해 1991년 계열분리 이후 사업 다각화를 이루며 한때 30대 기업에 들어갔지만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다만 올해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는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축인 한솔케미칼도 올 상반기 전년 대비 11.3% 늘어난 매출을 거두는 등 호조를 보였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