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불똥, 예산안·기업규제 3법에도 튈라

상법·공정거래법 등 이견 큰 상황서
공수처법 대립 격화되면 협의 어려워
野 지난해 선거법 반대 필리버스터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보다 8일 늦어
174석 與, 법안 강행 처리할 수도

국회 본회의장./서울경제DB

여야가 공수처 출범과 특검을 두고 격돌할 경우 그 파장은 내년 예산안과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금융그룹감독법) 논의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연내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인다면 야당의 반대로 국회 파행이 불가피하고 예산안과 기타 법안들도 연쇄적으로 멈춰 설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여당이 공직선거법·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군소정당들을 설득해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구성했던 사례와는 달리 174석이라는 압도적 힘으로 법안과 예산안 통과를 강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각각 상반되는 내용의 기업규제 3법을 발의한 상태로 정기국회에서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우선 다중대표소송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 경영권을 취약하게 하는 3%룰(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조항이 담겨 있고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포함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주주에게 방어수단을 주는 신주인수선택권(추경호 의원 안)과 차등의결권(권성동 의원 안)을 내놓았다.

공정거래법을 두고도 정부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총수 일가가 상장사 지분의 20%, 비상장사 30%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규제 대상으로 두던 것을 개정해 비상장사 지분 기준도 20%로 낮추고 해당 계열사의 지분이 50%를 넘는 자회사도 규제 대상으로 넣는 내용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총수 그룹이 지분을 20% 이상 보유할 경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하되 자회사는 규제하지 않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기업규제 3법에 대해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대립이 격화된다면 이들 법안과 내년 예산안 협의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이 선거법·공수처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시간을 끈 지난해 국회 정국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은 오는 28일 정부가 2021년 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 들어가는 예산심사 일정에 합의했다. 이들은 다음달 30일까지 예결특위 소위 및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2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한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선거법·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대립하면서 예산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이 선거법·공수처법 통과를 막기 위해 비쟁점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2일이었으나 이보다 8일이나 늦어서야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야당은 필리버스터 등의 수단을 통해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여당이 174석이라는 의석수를 앞세워 중점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하고 예산안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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