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장재정에 따른 장기물 국고채 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고채 2년물을 발행하는 방안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쉽게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채 시장 불안을 줄이려는 정부가 의지는 인정하면서도 추세적인 금리 상승세를 누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5bp(1bp=0.01%) 내린 0.910%,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2bp 하락한 1.495%에 각각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19일 정부에서 내년부터 국고채 2년물을 발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출렁였다. 재정 확대로 인한 10년물 이상 장기물의 ‘수급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원래 정부는 국고채 1·3·5·10·20·30년물 등 총 6개 채권을 발행해왔는데, 여기에 2년물이 추가되면서 장기물 수급이 다소 완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2년물 국채 발행을 새롭게 추가함으로써 다른 만기의 국고채 발행은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며 “장기물 국채 발행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2년물을 새롭게 발행하면서, 명시적으로 장기물 국고채 발행은 줄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9일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3bp 오른 0.891%에 거래를 마친 반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5.2bp 내린 1.441%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10월16일)에 60.5bp에 달했던 국고채 10·3년물 금리차는 단숨에 55bp까지 내려왔다. 국고채 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국고채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즉, 시장에서 국고채 2년물 발행을 장기물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 ‘재료’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 날인 20일 국고채 10년물은 다시금 2.1bp 오른 1.462%에 마감하고 이어 지난 21일엔 6bp나 상승하면서 1.522%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3bp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가팔랐다. 그러다 지난 22~23일엔 국고채 3·10년물 모두 2.4bp, 2.7bp씩 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국고채 2년물 발행이 장단기 금리차 확대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추세적인 금리 상승을 억누르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확장재정 정책으로 인한 절대적인 국채 발행액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국채 발행액은 지난해보다 72조8,000억원 늘어난 174조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더구나 미국이 대통령 선거 이후 경기부양책을 어떻게든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미국 국채 시장 역시 금리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채 금리는 미국 금리와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2년물 발행이 발행 규모의 축소가 아닌 만기 분산 발행 차원에 그쳐 물량 부담 해소에 미흡하다”며 “장기물 수급이 개선되면서 스프레드(장단기 금리차)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순 있으나 근본적 물량 부담 해소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국고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금리의 상방 리스크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해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