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환율 50원 급락…수출 전선 '먹구름'

당국 1弗=1,130원 방어에 총력
弱달러 흐름에 구두개입 약발 뚝
바이든 당선땐 1,100원대 우려도


미국 대선 이후에도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유동성을 늘리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경기부양책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과 같은 1,132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면서 21일 1,131원90전으로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이틀째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을 뿐 아니라 위안화 강세도 속도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원화 강세 흐름이 멈췄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위안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경우 언제든지 1,10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하락 추세가 단기간에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환율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자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도입하되 미중 갈등이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미 달러화 약세, 위안화 강세의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답했다.

문제는 속도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매출뿐 아니라 원자재 구매 등 다양한 요소를 재점검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도 골치 아픈데 환율마저 변수가 될 경우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의 구두개입 타이밍을 봤을 때 원·달러 환율이 1,13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1,130원대를 지키기 위해 개입 강도를 조금씩 높여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 약세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주목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최근 환율 하락 흐름을 봤을 때 저항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1,130원이 한 번 뚫리면 1,100원까지 급격히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1,130원 방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환율 영향이 줄었더라도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수출기업들도 부담이 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경제라 수출기업 부담 때문에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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