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의 정치 중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야당의 비토권마저 제거하는 개악법이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당연직 3명과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는 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6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므로 야당 몫 위원들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여야 각각 2명 추천’을 ‘국회 4명 추천’으로 바꾼데다 추천위의 의결정족수도 5명으로 완화했다. 야당이 반대해도 여권이 선호하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변호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낮춰 민변 출신 등을 쉽게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률로 만들어진 공수처가 헌법기관인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수처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 대검과 대법원이 공수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수처가 권력비리 수사 봉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공수처장 추천이 불발된다면 공수처 신설을 중단하는 게 맞다. 굳이 설치를 재시도한다면 별도의 개정안을 내놓은 야당과 합의해 공수처의 수사이첩 요구권 등 독소조항을 모두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