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이 보툴리눔 톡신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최종 판결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불공정 수입조사국(OUII)이 대웅제약의 이의 신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웅제약이 영업침해했다는 최종 판결이 나올 경우 수입을 무기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 내 OUII는 “ITC 예비판결에 대웅제약이 제기한 이의 신청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OUII는 ITC 산하 조직으로 소송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ITC 재판부는 최종 판결을 내릴 때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 더해 OUII의 의견을 참고한다.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에서는 ‘보톡스’로 잘 알려진 제품으로 보툴리눔균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을 정제한 의약품이다. 보툴리눔톡신을 인체에 주사하면 약한 근육 마비를 일으키며 주름을 펴는 효과가 있어 미국 앨러간의 제품 ‘보톡스’를 중심으로 주로 미용을 위한 의약품으로 소개된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4년 보툴리눔톡신 제품인 ‘나보타’를 출시했다. 메디톡스는 이보다 앞선 2006년 국내 최초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선보였다. 양사의 갈등은 지난 2016년 “전임 직원이 균주와 생산공정을 대웅제약에 넘겼다”며 경찰에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으나 다시 2017년부터 국내에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메디톡스는 지난해 1월 미국의 파트너사 앨러간과 함께 같은 이유로 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스 에볼루스를 제소한 바 있다. 지난 7월 ITC는 대웅제약의 제품 ‘나보타’에 대해 10년 수입 금지를 권고하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웅제약은 해당 판결에 반발해 이의를 제기했고 ITC는 재검토에 착수했다.

OUII는 이번 의견서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최종 판결이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은 무기한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보툴리눔 균주를 찾는 게 어려웠다는 점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이 주장하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보다는 ‘지적 재산권 보호’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 의견이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해당 의견이 예비판결부터 이어진 편향된 의견이라는 것. 대웅제약은 이 날 입장문을 통해 “OUII가 의견서에서 언급한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보툴리눔 균주를 찾기 어려워 도용했다’고 추정한 부분은 이미 깨진 가설”이라며 “메디톡스가 자신들의 균주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ITC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우리가(대웅 측) 직접 균주를 미국에서 구입해 ITC에 제출하면서 일단락 됐다”고 반박했다. OUII의 주장과 달리 균주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ITC는 대웅제약의 이의 신청에 따라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최종 판결은 다음 달 19일(현지시간) 예정돼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