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4월17일 경기 용인의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개원식 행사장. 당시 개원식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여러 인사가 참석했다. 연수원은 이 회장이 당시 박상규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여러차례 면담 후 건립을 약속하며 문을 열게 됐다. 정부에서 6억원, 중기중앙회에서 1억원을 내고, 삼성에서 일차로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지원하면서 ‘첫 삽’을 떳다. 삼성의 추가 기부와 5년간 개발원 운영 손실까지 삼성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당시 개원식의 ‘주인공’은 이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1993년 12월 개발원 건립 기공식에도 참석할 만큼 이 곳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그런데 개원식에서 운영상 실수가 발생했다. 당시 이 회장에게 커팅 가위를 전달되지 않고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된 것이다. 가위가 없었던 이 회장은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가위를 만들어 테이프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 회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커팅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며 “화를 낼 수 있었던 상황인데, 유머와 재치를 발휘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7년 4월17일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개원식에서 테이프커팅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이렇게 문을 연 개발원은 지난해까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등 117만여명이 다녀갔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연수시설로도 운영된다. 중기중앙회에도 인력개발원은 각별하다. 중기중앙회 입사자 모두 이 곳에서 연수를 받는다. 현재 개발원 현관 입구 앞에 있는 정초석에는 ‘중소기업인의 열망과 이건희 회장이 뜻이 함께 한 곳’이란 의미가 담겼다. 개발원에 있는 기념식수에도 이 회장, 고건 전 국무총리, 박상희 전 중기중앙회장의 이름이 새겨졌다. 2002년 2월에는 중기중앙회가 이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당시 이 회장은 “중소기업을 지원해 감사패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하며 기뻐했다고 한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기념식수비에는 고건 국무총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박상희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이름이 새겨져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