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3학년 학생들이 9월16일 수능 모의평가에 앞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금의 고교 2학년 학생이 내년 11월 치르는 대입수학능력 시험이 해방 이후 가장 복잡한 입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학종’의 설계자로 꼽히는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내년 수능은 선택과목에 따른 응시 조합이 816개에 이른다”며 “예비고사와 학력고사·수능을 통틀어 가장 복잡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수능은 유지될 수 없다”며 “2022학년도 수능 후 이듬해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현 정부가 만든 수능 제도를 반드시 개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한 번도 예외 없이 수능을 새로 만들었다”며 “개편 확률은 100%”라고 장담했다.
내년 수능이 이처럼 복잡해진 것은 문·이과 통합 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탐구(사회·과학) 영역의 구분이 사라져 선택 조합이 늘어난데다 국어의 경우 독서와 문학이 공통(필수)과목이지만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가운데 1개 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수학 역시 수학Ⅰ과 수학Ⅱ를 필수로 하되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개 과목 가운데 1개를 선택해야 한다. 김 교수는 “과목 선택의 유불리와 혼란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엄청날 것”이라며 “대학 역시 선택 여부에 따른 표준화를 하지 못해 애를 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능 개편은 혼란을 키우고 그 결과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국민을 더 화나게 하는 악순환을 낳았다”며 “수능 제도를 바꿨다 해도 겉모양만 달라졌을 뿐 줄 세우기라는 본질이나 입학하는 학생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