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 김자선 동박생산팀장이 5공장 증설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넥실리스
‘챙챙- 뚝딱 쿵쿵, 두두두두-’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의 좁은 도로를 한참 따라가니 3만9,000평에 달하는 넓은 공장 부지가 펼쳐졌다. 건설 노동자들은 건물의 뼈대가 세워진 내부로 연신 자재를 옮기고 작업을 하느라 바빠 보였다. 바로 옆에는 건물을 세우기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이었다. 동시에 세워지고 있는 이 건물은 바로 SK넥실리스의 5·6 신공장이다.
“세계 최고의 동박 제조 기술력을 최신 자동화 시설을 갖춘 5·6공장 신설을 통해 앞으로 더욱 높여나갈 것입니다. 한꺼번에 두 공장을 짓는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자사 제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세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지난 22일 이렇게 말하며 앞으로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동박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뚜렷이 했다.
동박은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음극재로 활용하는 얇은 구리막이다. 동박이 얇을수록 제한된 배터리 속에 보다 많은 음극 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의 초경량, 고용량화’를 좌우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동박의 무게는 약 30㎏ 수준으로, 얇아질수록 전기차의 과제인 경량화도 가능해진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있기에, 전기차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노트북, 드론 등에도 얇고 가벼운 동박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미터(㎛, 1m의 100만분의 1) 단위 두께인 동박을 얇게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동박 두께는 머리카락 30분의 1 정도다. 기자가 공장에서 직접 만져본 4~6㎛ 동박은 일부러 강한 힘으로 누르거나 비벼도 구김이 생길지언정 찢어지지 않았다. 비누방울이나 세포막을 연상케 하는 동박의 얇은 두께는 원재료인 구리를 이온화할 때 들어가는 첨가제와 제박기 제어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현해 낸 것이라고 SK넥실리스는 설명했다. 제박기는 티타늄으로 만든 초대형 드럼을 황산구리 용액에 반쯤 잠기게 해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에 직류전기를 흘려보내며 드럼을 돌리면 액체상태에서 얇은 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드럼의 회전 속도와 전류 세기에 따라 동박의 두께가 달라진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이 티타늄 드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사진제공=SK넥실리스
SK넥실리스는 여기에 특수 제작한 자동 크레인과 운송 로봇 등도 갖춰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한 동박 제조가 가능하도록 했다. 365일 24시간 공장이 계속 돌아가도 현장에는 200명이면 충분한 것도 자동화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동박을 1.4m 광폭으로, 세계 최장 길이인 30km로 생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달 20일에는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제조’로 국내 최고 기록도 인증받는 쾌거를 올렸다.
김 대표는 “극박·장척·광폭으로 제조한 동박은 제품 성능과 생산 효율성을 증대할 뿐 아니라 폐기 비용 등을 줄여줘 환경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지난 2012년 6㎛ 동박을 개발하고 이듬해 양산한 이래, 올해 4㎛ 동박 양산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게와 부피에 민감한 드론부터 시작해 스마트폰, 전기차까지 점차 초극박 동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업계 평균 기술력보다 5~8년 앞선 자사의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의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3만4,000톤. 전지박 기준으로는 글로벌 톱 수준이다. 그러나 전기차를 중심으로 동박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공장 신설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5%, 배터리시장은 40%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넥실리스는 2021년과 2022년 잇따라 준공되는 5, 6공장 외에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원가 측면서 유리한 동남아든 고객 접근성이 좋은 유럽, 미주든 공장 설립에 관한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내 진출 지역을 발표할 것”이라며 “올해 1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적기에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만큼, 빠르게 투자하고 미래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넥실리스는 LG금속에서 시작해 그룹 분리로 LS엠트론으로 사명이 바뀌었다가 KCFT에서 다시 지난 4월 SK넥실리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SK넥실리스 정읍 공장 전경/사진제공=SK넥실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