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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수사 매뉴얼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반려동물인구 급증과 함께 동물학대사범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수사 매뉴얼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의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경찰청 국감에서 “동물보호법이 다섯 번이나 개정되는 동안 경찰의 수사 매뉴얼은 그대로였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적으로 공감하고 충분하게 검토해 매뉴얼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수사 매뉴얼 개정 작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11월 동물보호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수사 매뉴얼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을 함께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동물학대 수사 매뉴얼 개정에 나선 것은 2016년 처음 일선 경찰서에 배포된 현행 매뉴얼이 실제 수사에서 참고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이다. 총 16쪽으로 이뤄진 현행 매뉴얼의 대부분은 단순히 관련 법령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정작 수사에 가장 중요한 ‘수사 시 유의사항’은 3쪽 분량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수사경찰의 자세’나 ‘피해동물의 안전 최우선 원칙’ 등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내용 위주다. 실제 수사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일선의 한 수사경찰은 “현장에서 동물학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구체적인 기준점이 마련된다면 수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연합뉴스
반려동물인구가 늘면서 동물학대 사건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69건에 불과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는 지난해 914건으로 9년 만에 13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는 78명에서 973명으로 1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2010~2019년 경찰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된 3,360명 중 구속된 인원은 단 4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송치인원 973명 중 구속 피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길고양이 토막살해 사건 등 잔혹한 동물학대범죄가 잇따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경찰의 수사 매뉴얼 개정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실제 수사 과정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일선 경찰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소용이 없다”며 “일선 경찰 누구라도 동물학대에 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경찰 직장교육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피해 당사자인 동물은 직접 증언이 어려운 만큼 경찰의 발 빠른 출동을 통한 증거 수집 등 신속한 수사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매뉴얼에는 학대 유형을 신체·성적 학대, 방임, 방치, 유기 등으로 세분화하고 단계별 대처 방안 등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