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사진제공=KLPGA
임희정. /사진제공=KLPGA
우승만 없는 강자 최혜진(21)·임희정(20)의 첫 승 경쟁이냐, 상금순위 1·2위를 달리는 김효주(25)·박현경(20)의 상금 1위 다툼이냐.
오는 29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이 ‘멀티 관전 포인트’로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무관중으로 진행되지만 나흘간 매일 5~6시간씩 방송(SBS골프)으로 만날 수 있고 대회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한 우승자 맞히기 등의 경품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지난 시즌 각각 5승·3승을 올린 최혜진과 임희정은 올 시즌에 아직 우승이 없다. 그런데도 대상(MVP) 포인트 1·2위를 달리고 있으니 ‘우승만’ 없는 셈이다. 최혜진은 톱10 진입률이 무려 92%다. 13개 대회에서 1개만 빼놓고 모두 톱10에 들었다. 지난 8월부터는 6개 대회 연속 톱10 행진이다. 지난주 대회에서 1·2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주춤하면서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던 최혜진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 첫 타이틀 방어와 시즌 첫 승이라는 두 토끼몰이에 도전한다.
임희정은 올 시즌 14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아홉 번 톱10에 들었다. 그중 준우승이 두 번, 3위가 세 번인 그는 지난해 최혜진에 3타 차로 준우승을 했던 서울경제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두드린다. 후반기에만 3승을 몰아쳤던 지난 시즌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최혜진과 임희정의 대상 포인트 격차는 62점, 이번 대회 우승에 걸린 포인트는 60점이다. 임희정이 우승하고 최혜진이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둘의 차이는 단 2점으로 좁혀진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최혜진이 대상 3연패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주가 지나면 시즌 종료까지 남은 대회는 단 2개다.
김효주. /사진제공=KLPGA
박현경. /사진제공=KLPGA
상금왕 레이스도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확률이 높다. 현재 2승의 김효주가 6억5,600만원으로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역시 2승을 거둔 박현경이 약 1억5,100만원 차이의 2위에서 재역전을 넘보고 있다. 3위 임희정도 5억100만원을 벌어 얼마든지 타이틀을 노려볼 위치다. 임희정이 이번주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가져가고 김효주·박현경이 부진하면 단숨에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신인상 포인트 2위 등 타이틀과 인연이 없던 임희정이라 막판 스퍼트에 없던 힘까지 짜낼 만하다.
이번 대회는 국내파와 해외파의 자존심 대결로도 주목받는다. 올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에서 뛰던 해외파 중 상당수가 소속 투어 대신 국내 투어 대회에 더 많이 참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대회 기간 일제히 휴식을 취한 해외파가 이번 대회에 대거 출격하면서 흥미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LPGA 투어 3승의 김효주, 지난해 US 여자오픈 챔피언 이정은,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 LPGA 투어 9승의 최나연은 국내파들 앞에서 뭔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특히 6년 만의 국내 무대 전관왕 희망을 부풀리고 있는 김효주, 12월 US 여자오픈 2연패 대기록에 도전할 이정은의 샷에 눈길이 쏠린다.
이 밖에 지난주 데뷔 첫 승의 기세를 잇겠다는 이소미, 8월 제주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열아홉 신인 유해란 등도 눈여겨봐야 할 ‘서경퀸’ 후보다. SK네트웍스 소속의 신인상 포인트 1위 유해란은 “그전까지는 퍼트가 뒷받침되지 않았는데 스트로크에 집착하지 않고 볼 위치나 상황에만 신경 쓰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고 나서부터 좋아졌다”며 “8월부터 계속 좋은 감을 이어오고 있는데다 핀크스는 꽤 많이 쳐본 코스이기도 하다.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