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人] 19년 통산 수익률 2.3배… “‘중박’으로 잃지 않는 투자 노립니다”

■권남열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1본부장(전무)
올해 수익률 4.4배…원금 포함 회수액 560억 이를 전망
우량 기업 초기에 발굴 후 후속 투자 이어가 실패 줄여
게임빌·라닉스·펨트론·신화콘텍 등 업계서 최초 발굴

권남열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1본부장(전무)

권남열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1본부장(전무)은 소위 ‘대박’을 추구하는 투자 스타일은 아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나 카카오게임즈처럼 핫한 종목은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트렌드보다는 기업의 본질에 집중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한 19년 동안의 통산 투자원금 대비 회수 수익률 배수는 2.3배. 업계 평균인 1.3배~1.5배를 훌쩍 웃돈다. 올해 성과는 4.4배다.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라닉스(134억원)·캉골 브랜드로 유명한 의류 제조회사 에스제이그룹(306040)(21억원)·3D 검사장비 업체 펨트론(53억원)·의약품, 진단기기 전문업체인 에스엘에스바이오(246250)(127억원) 등에서 335억원의 회수 순익을 거뒀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더네이쳐홀딩스 등을 회수하면 원금을 포함한 올해 회수 금액이 5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업계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고수익만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간 덕이 컸다. 권 전무는 “아직 20~30배의 수익을 거둔 적은 없다”며 “대신 직접 발로 뛰어 우량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고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을 통해 실패 확률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무가 투자한 회사 중 3분의 2는 시리즈A 라운드부터 후속 투자에 나선 곳들로 이중 상당수 기업의 지분을 10%~20%까지 확보했다. 벤처업계에서도 초기 투자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모바일 게임 회사인 게임빌은 대표적인 사례다. 권 전무는 지난 2000년 회사가 설립한 지 7개월 만에 첫 투자에 나섰다. 현대증권(현 KB증권)에서 고유계정 투자(PI) 업무를 담당했던 시절이다. 2년 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적을 옮긴 뒤 30억원을 또 투자했다. 게임 산업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판단이 적중했고 게임빌은 코스닥에 상장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재료 개발사인 그라셀 역시 권 전무가 최초로 발굴해 투자한 기업이다. 그라셀에 투자했던 2004년도는 회사에 기술은 있었지만 돈이 없어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어려웠을 때였다. 그라셀은 삼성 SDI에 OLED 재료 공급에 성공한 후 다우케미칼그룹(Rohm&Haas)에 인수됐다. 최근 회수한 펨트론·라닉스·에스엘에스바이오를 포함해 뉴프렉스·신화콘텍·샤페론 등 역시 권 전무가 업계 최초로 발굴해 후속투자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기업들이다.

권 전무는 지금껏 소비재·하이테크·바이오·게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투자를 집행했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한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함정’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권 전무는 “투자를 검토할 때 대표이사뿐 아니라 최고기술책임자(CTO)·영업 담당자 등 핵심 직원을 모두 만나보는 편”이라며 “특히 하이테크처럼 비전문가가 알기 어려운 영역은 대기업·국책연구소·대학교의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등 다방면으로 회사의 역량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권 전무는 앞으로도 혁신적인 기술이 탄생하거나 패러다임 변화의 수혜를 볼 만한 4차산업·바이오·소부장 기업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디지털·그린 뉴딜 역시 눈여겨 보고 있는 분야다. 그는 “자금 회수 또한 인수합병(M&A)이나 특례상장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야 투자수익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며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신뢰는 결국 지속 가능한 성과와 리스크 관리와 같은 기본을 지켰을 때 생기기 때문에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 속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쌓아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정·김민석기자 aboutk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