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욱 팀블라인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한국에서는 사내 설문조사(펄스 서베이)나 인적자원관리(HR) 테크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160억달러(약 18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회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바꿔가려는 진정성 있는 기업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성욱(사진) 팀블라인드 대표는 HR 테크 시장이 한국에서도 성장할 것으로 확신했다. 블라인드에 축적된 15만개 기업들의 각종 데이터는 기업간거래(B2B)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난 8월 문을 연 ‘블라인드 허브(Blind Hub)’는 블라인드에 쌓인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첫 번째 기업 컨설팅 플랫폼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오픈해 현재 기업별 공식 페이지와 재직자의 기업 평가 등을 베타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기업 페이지 공개 두 달 만에 1만개 기업에서 재직자 리뷰 8만건을 확보하기도 했다.
블라인드 허브는 올해 안으로 펄스 서베이, 센티멘트(감정) 분석을 비롯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사이트 데이터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블라인드 내의 익명 데이터와 서베이를 통해 유저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자연어처리(NLP) 기법으로 분석해 재직자 감정, 퇴사의향 파악, 업계 내 언급량 순위 등을 제공한다. ‘숫자’와 ‘트렌드’를 통해 우리 회사의 상태와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라인드 데이터를 활용한 첫 번째 기업 컨설팅 플랫폼 블라인드 허브. /팀블라인드
실제 아마존·어도비 같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회사에 대한 재직자 태도와 업계 평판을 주기적으로 조사한다. 재직자 근속연수를 높여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핵심 인재의 경쟁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펄스 서베이는 미국 시장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문 대표는 “미국 HR 테크 시장에서는 헤드헌팅, 잡보드(구인구직 플랫폼)부터 엔지니어만을 위한 코딩 서비스, 인터뷰 스케줄링, 온보딩(입사) 프로세스 관리까지 모든 분야가 세분화돼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며 “재직자의 급여나 보험만 관리해주는 분야의 업계 1위 회사 매출액이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라고 전했다.
블라인드 허브 플랫폼에는 기업의 인재 채용을 돕는 시스템도 업데이트된다. 문 대표는 “현재 별도 시스템에서 운영 중인 인재 채용 시스템이 블라인드 허브에 탑재될 예정”이라며 “기업들이 단순히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소싱하는 데 머물지 않고 300만 블라인드 유저들에게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기능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국내 기업 평판 및 구인·구직 분야에서는 원티드·잡플래닛·사람인·리멤버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문 대표는 “타깃과 전략은 다르지만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사업하는 훌륭한 팀들”이라며 “블라인드는 이들과 경쟁하기보다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이트들은 적극적인 이직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방문한다면 블라인드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이직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마음을 가진 소극적인 구직자까지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블라인드는 올 5월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 내에 ‘블라인드 하이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직 의사를 밝히고 이력서를 등록한 이용자에게 기업이 일자리를 역제안하는 ‘카운터 오퍼’ 서비스를 제공한다.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블라인드 하이어를 통한 이직 제안 수락률은 업계 평균의 3배 수준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