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삼성은 공식적인 ‘이재용 체제’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뒷받침할 삼성의 지배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1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상속세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와 시기도 관심사다.
◇물산 중심 현 지배구조 유지할 듯=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어떤 방식으로 지배하는지에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별세한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이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51%에 이른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도 4.18% 갖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다. 대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앞으로도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물산(2.88%) 지분을 물려받으면 이 같은 지배구조는 더욱 안정화될 수 있다. 향후 지배구조의 변수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중 20조원 이상을 매각해야 한다.
◇상속세는 배당과 지분 팔아 충당 전망=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이달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지분 모두가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라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내야 할 상속세만 10조6,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이 유언장을 남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언장이 없다면 상속인들에게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된다. 유언장이 있을 경우 이 부회장이 지분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속인들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도 5년간 매년 1조8,0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재원의 상당 부분은 계열사의 배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이 회장과 가족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으로 받은 배당소득은 총 7,246억원 정도다. 상속세를 내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따라서 증권업계에서는 삼성 계열사들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상속인들이 일부 보유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회장 승진은 내년 초 선고 이후 관측=이 부회장은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단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승진 시기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당분간 이 회장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데다 다음달 19일 이병철 창업주의 기일도 있어 그 전에 회장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초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뤄져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뒤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에 가장 중요한 현안은 지배구조나 상속보다도 사법리스크”라며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고 내년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앞둔 내년 초쯤 지배구조와 상속, 회장 승진 등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