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저효과로 만든 성장률, 안갯속 경제 여전하다

한국은행이 27일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올 1·4분기(-1.3%)와 2·4분기(-3.2%) 연속 역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반감된다. 전년 대비로 보면 -1.3%이다. 성장률이 올라선 데는 수출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 역시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15.6% 증가해 1986년 1·4분기(18.4%)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3.7%다. 민간소비는 전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4분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1.5% 증가한 것은 재난지원금이 풀렸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진 3·4분기의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로 다시 고꾸라졌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안갯속을 걷는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4분기 성장률과 관련해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며 “2·4분기 수준의 소비 회복세가 지속됐다면 3·4분기에 2%대 중반 수준의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3·4분기에도 2·4분기 때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주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들린다.

재정 여력은 이미 고갈된 지 오래여서 미래의 빚을 끌어오지 않는 한 뿌려댈 돈이 없다.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이끈 수출은 물론 소비 전망도 지극히 불투명하다.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수를 살린다면서 소비쿠폰 지급 재개 등에 나섰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고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규제 3법 같은 족쇄를 채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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