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판매사 제재심 시작] 증권사들 “법적 근거 부족"...'정치적 징계' 우려

금감원, 29일 이어 내달 5일 제재심
내부통제 기준 제재 법적 근거 부족
모든 사안에 CEO 중징계는 불합리
DLF사태 은행 징계와 형평성도 문제
금감원-증권사 치열한 공방 전망


29일 금융감독원의 ‘라임 사태’ 관련 증권사 대상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증권업계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과 해당 증권사의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판매 기간 재직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징계하는 방안을 사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과도한 징계에 자본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재 대상이 된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업계 대표들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의 증권사 대상 제재심은 최소 이틀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은행장 만찬 간담회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9일과 11월5일에 증권사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을 포함한 자산운용사 대상 제재심이 이달 20일 하루 만에 끝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금감원과 제재 대상 증권사 및 CEO 사이에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중징계의 주요 근거로 삼은 내부통제 기준과 예전 DLF(파생결합증권) 사태와의 형평성 문제, 자본시장 위축 가능성을 중징계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내부통제 기준의 경우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중징계를 결정할 구체적인 근거 조항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CEO까지 중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EO가 기업 최고 책임자는 맞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을 수는 없다”며 “펀드상품 판매를 비롯해 내부통제에 관한 모든 사안을 CEO가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부서마다 임원이 있는 것인데 CEO에 대한 중징계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이번 라임 사태 관련 증권사 CEO들에게 통보한 징계안은 직무 정지로,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해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결정한 문책 경고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DLF 사태 관련 은행장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감독자, 라임 사태의 경우는 은행보다 조직이 작은 증권사에서 CEO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행위자로 판단했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라임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원칙에 맞지 않게 징계 수위를 높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일종의 ‘정치적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및 CEO에 대한 중징계안이 확정되면 사모펀드를 포함해 자본시장 전체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 발생 전까지 사모펀드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였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자본시장은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고 판매하면서 성장한다”며 “불명확한 근거로 판매사 CEO들까지 중징계하면 앞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새로운 상품 영업이 큰 위험으로 여겨지고 기피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3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현직인 박정림 대표가 징계 대상에 오른 KB증권이 가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은 “회사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KB증권 내부에서 라임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감원의 감독·대응·수습 실패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대신증권 CEO 출신인 나재철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금융투자협회도 최근 각 증권사 대표들에게 직접 접촉해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금투협 관계자는 “협회 차원이 아니라 해당 증권사들이 개별적으로 탄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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