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유명희(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오늘 오후 7시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의 윤곽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28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제네바 주재 한국과 나이지리아 대사를 불러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통보한다. 이어 같은 날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전체 회원국에도 조사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총 163개국이 참여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유럽연합(EU) 27개국과 아프리카 다수국의 지지를 얻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바로 당선되는 게 아니지만,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설 경우 WTO는 지지도가 낮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할 수도 있다. 지지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WTO는 마지막 절차로 회원국들의 의견이 한 명의 후보에 모이도록 협의하는 작업에 들어가게 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그런 절차 없이 결론 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두 후보 간 표 차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WTO가 당장 어느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비등하거나 살짝 앞설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정부는 향후 협의에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지지 국가 숫자, 주요국의 지지강도 등 전체적인 판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컨센서스(의견일치) 도출을 위한 회원국 간 후속 협의에 최선을 다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 과정에선 WTO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중국, EU 등 강대국의 반대 유무가 중요하다. 미국은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유 본부장의 당선에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향후 협의 과정에서의 전략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하고 WTO 사무총장 선출에 대해 긴밀히 협의했다.
다만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WTO 정신에 반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쏟아낸데다 무역분쟁에서 일종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WTO 상소기구가 미국의 반대로 기능이 정지된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지지가 오히려 일부 회원국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WTO에서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은 아직 누구를 지지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국과 나이지리아 편에 서서 상대 후보를 반대할 경우 사무총장 선출이 마냥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