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2020년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시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돌발 변수가 우리 사회 전반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가져온 한 해였다. 국내 기업들과 여러 공적 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공들여 세운 연간 계획 중 상당수가 감염병의 급습에 흔들렸다. 많은 계획이 ‘일단 보류’ ‘부분 변경’ ‘취소’ ‘포기’ 등 거듭되는 수정에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위협 속에서도 이들이 놓지 않았던 계획이 있다. 바로 독서경영이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독서경영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였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회사와 직원 간 소통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고, 장애물을 넘어서기 위한 세련된 통찰력과 수준 높은 지식의 확보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기업과 기관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과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주관한 ‘2020년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최종 심사 에 통과한 기업 및 기관은 132곳이다. 이는 2014년 인증제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사업 첫해에 인증을 받은 기업·기관은 20곳이었다. 이어 2016년 49곳으로 늘어났고, 2018년엔 78곳이 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올해 독서경영 우수직장임을 인증받은 기업은 132곳으로 확 늘었다.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 기업과 기관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결코 인증 절차가 쉬워서가 아니다.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 심사의 기준은 엄격하다. 단순히 조직원들이 책을 많이 읽거나 회사 차원에서 책을 많이 구매한다고 해서 인증을 해주지 않는다. 독서경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비전 보유 여부, 장단기 계획 수립, 체계적인 도서 선정과 독서 활동 및 피드백 등이 이뤄져야 한다. 독서를 통해 조직원과 조직이 동반 성장하고 있음이 확인돼야 하고, 그런 과정을 최고경영자나 기관장이 주도하고 있어야만 우수직장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운봉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탓에 예년과 달리 비대면 방식으로 일부 심사를 진행하게 됐지만 다수의 심사위원이 더욱 공정하게 임했다”며 “또한 독서계, 학계, 경영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철저하게 민의의 방식으로 서로 의견을 내고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살펴 보고 있다./성형주기자
이 같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으로 선정된 교보생명 등 우수 기관들에 대한 시상식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열렸다. 대상을 받은 교보생명은 창업자인 고(故) 신용호 회장에 이어 현재 신창재 회장도 책의 가치와 경영에 미치는 독서의 영향력을 그 어떤 기업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기업이다. 고 신용호 회장은 교육을 위해 보험사를 세우고, 이를 위해 종로 한복판에 책이 가득한 서점을 만들었으며, 오고 가는 모든 이의 독서를 반겼다. 그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은 교보생명은 책을 임직원 교육 및 경영 활동과 촘촘하게 연계해 독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은 삼성생명, 종로구청, 디와이, 꿈비, 본아이에프 등 5개사가 받았다. 이들이 펼치는 독서경영 역시 다른 기업이나 기관의 모범사례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김대현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독서는 우리에게 유용하 지식과 따뜻한 감동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소통의 창 역할을 한다”며 “독서경영 인증제가 독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든든한 돌담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