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12번가 교차로에 자리한 붉은색 간판의 스트랜드(Strand) 서점은 뉴욕 여행객이 한 번쯤 찾아야 할 명소로 꼽힌다. ‘장미의 이름’을 쓴 이탈리아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배우 리처드 기어 등이 단골이었다. 마이클 잭슨도 이곳에서 생전에 절판된 아동도서를 잔뜩 구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명사들이 사랑한 스트랜드의 역사는 9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벤저민 배스(1901~1978)는 또래와 어울리기보다 동네서점 구석에서 책 읽기를 좋아했다. 26세가 되던 해인 1927년 그는 자신이 소장한 책들을 모아 작은 서점을 열었다.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등 유명 문학가들이 많이 살았던 런던 출판거리에서 서점 이름을 따왔다. 브루클린대를 졸업한 후 6·25전쟁에 참전했던 아들 프레드는 1956년부터 스트랜드 경영에 참여했고 프레드의 외동딸 낸시 배스 와이든이 현재 경영을 맡아 3대째 스트랜드를 지키고 있다.
이 서점은 ‘18마일의 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하다. 스트랜드가 보유한 250만여권의 책을 늘어놓으면 ‘18마일(약 29㎞)’이 된다는 뜻이다. 10개의 책 제목과 10명의 저자 등을 묻는 까다로운 퀴즈를 통과해야 입사할 수 있는 독특한 채용방식도 눈길을 끈다. 책을 판매하는 직원들은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스트랜드 서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폐업 위기에 처했다 독자들의 뜨거운 응원 덕분에 기사회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낸시는 23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공식 계정에 ‘#savethestrand(스트랜드를구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스트랜드의 93년 역사상 처음으로 도움을 청한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말인 24~25일 온라인 주문이 2만5,000건 쏟아졌는데 매출 규모는 17만550달러(약 1억9,200만원)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태평양 너머에서 들려온 소식이 참으로 반갑다.
/정민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