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올 겨울도 '벌크업'...비거리 15m 더 늘려야죠"

[SK네트웍스·서경 클래식]
'부활한 천재' 김효주의 18문 18답
삼시세끼 챙겨먹고 운동량 늘려
부진 완전히 털고 시즌 2승 수확
6년만에 전관왕 탈환 기대감 키워
'우즈처럼 우승' 올해 최고의 칭찬
내 버킷리스트는 '18홀 59타'
골프 할 수 있을 때까지 쭉 칠 것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대회장인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손 하트’ 포즈를 취하는 김효주. 요즘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서귀포=권욱기자

아마추어 여고생 신분으로 한국·일본프로골프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고 프로 데뷔 후에는 전관왕 위업 달성에 미국 메이저대회까지 제패한 김효주(25·롯데). 주 무대인 미국에서 한동안 부진에 빠져 있던 그가 요즘 ‘제3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국내 투어로 눈길을 돌린 가운데 김효주는 그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금·평균타수·다승(2승) 부문 선두에 대상(MVP) 포인트도 상위권이다. 열아홉이던 지난 2014년 이후 6년 만에 전관왕 위업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골프천재’ 별명을 되찾은 김효주를 ‘18문18답’으로 만났다.

-요즘 표정이 유독 밝은데.

△국내 투어에 친한 사람들도 많고 한국 대회에 나오면 팬분들이 워낙 좋아해 주세요. 그래서 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하는데 성적도 잘 나고 안 맞아도 곧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표정에 나오는 것 같아요.

-나를 가장 웃게 하는 친구나 선후배는 누구인가요.

△많은데…. (지)은희언니, (이)정민언니, (유)현주언니, 그리고 친언니. 다 언니들이네요.

-골프 말고 요즘 ‘꽂힌’ 건 뭔가요.

△요즘은 아니고 한동안 볼링에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재미 붙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코로나19로 볼링장이 운영을 안 하는 바람에…. 베스트 스코어요? 130에서 140 사이요. 요즘은 농구도 종종 해요.

-전관왕을 이룬다면 6년 전보다 더 기쁠까요.

△훨씬요. 그때는 그냥 쭉 잘 흘러가서 해낸 거라면 이번은 그게 아니니까. 선수 생활 중간에 안 풀린 시기도 있었는데 그걸 극복한 거니까요. 뭔가 아픔을 이겨내고 해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더 먼 얘기인데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면 어떨까요(김효주는 세계랭킹 10위로 올라서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거기까지는 정말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사실 랭킹도 확인해본 적이 없어요. 우승해도 울지 않는 편이지만 올림픽이면 다르겠죠? 애국가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날지도 몰라요. 올림픽 하면 (박)인비언니랑 김연아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김 선수와는 학교 모임 때 만나서 밥 먹은 적도 있죠.

-시즌 뒤에 자신한테 해줄 선물이 있다면요.

△큰 건 아니고 재킷 하나 사고 싶어요. 틈틈이 구경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나 좀 독하다’ 싶은 때가 있나요.

△저는 정말 독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겨울 운동요? 그건 트레이너 선생님이 “1개만 더하자”고 자꾸 시키니까 못 이겨서 한 번 더 하고 그랬던 것뿐이죠(김효주는 겨우내 엄청난 운동량과 식사량으로 체중을 4㎏ 불리고 근육량도 늘려 비거리 15m 증가 효과를 봤다).

-다른 건 몰라도 올해 이건 꼭 지키고 있다는 게 있을까요.

△단 한 끼도 안 거르고 있어요. 아침밥도 무조건 먹고요. 배고파서 일어나게 된다니까요. 하루 네다섯 끼 먹을 때도 있어요.

-징크스나 버릇, 남들이 볼 때 이상하다고 할 만한 나만의 행동 같은 게 있는지.


△선글라스 잘 안 벗는 거요. 어두워도 쓰고 있어요. 워낙 선글라스를 좋아해서요.

-시즌 뒤에 또 ‘벌크업’ 프로젝트 가동하나요.

△네, 이미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거의 얘기가 다 됐어요. 근육을 더 키우고 지방은 더 빼야죠. 체격은 저와 비슷한데 정말 멀리 치는 선수들이 있더라고요. 지난겨울 늘린 거리만큼 더 거리를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15m를 더 늘리면 270야드 정도가 된다).

-골프가 싫었던 기억도 있나요.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계속 잘 안 맞던 시기에도 싫지는 않았어요. 힘들었을 뿐이지.

-골프 선수가 아니었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다른 운동선수요. 농구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키가 좀 더 컸어야 할 것 같고 축구도 좋아하지만 선수를 했다면 성공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운동선수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는.

△스카이다이빙이랑 18홀 59타 치는 것이요. 지금까지 60타 한 번 쳐본 게 제 기록이에요.

-18홀 라운드 기회가 딱 한 번 남았다면 누구와 함께하고 싶나요.

△가족이죠. 아버지는 잘 치시고 언니도 이제 치기 시작했으니까. 엄마·아빠·언니랑 재밌게 칠래요.

-올해 내가 들은 최고의 칭찬은.

△저번에 우승했을 때(2위와 8타 차) 타이거 우즈처럼 우승했다는 얘기를 여러 사람한테서 들었어요. 최고의 칭찬이죠.

-요즘 가장 큰 고민은.

△키가 지금보다 3㎝만 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옷 살 때 기장을 안 줄여도 되니까요. 여자 사이즈는 잘 안 맞아서 남자 옷 코너에서 골라야 하는데 그러면 어깨나 이런 쪽은 맞는데 팔이 또 너무 길더라고요. 키가 좀 크면 딱 맞을 것 같은데….

-올 시즌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85~87점요. 평균타수 68타대로 최소타수상을 받으면 100점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골프는 언제까지 하고 싶나요.

△아마추어 때는 우리 나이로 스물여섯까지만 할 거라고 마음먹었었죠. 스물다섯은 너무 이른 거 같아서 ‘1년만 더 하고 그만하자’는 생각으로요. 그러고 보니 딱 올해까지 치고 그만두는 거였네요. 하지만 프로 와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할 수 있을 때까지 쭉 할 겁니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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