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세이건이 말하는 '과학과 과학스러움'

■브로카의 뇌
칼 세이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나는 비범한 일들은 확실히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요구된다.’

올해는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시리즈가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나온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코스모스는 당시 전 세계 60개국에서 방영돼 6억명 이상의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일대 과학 붐을 일으킨 바 있다.

‘브로카의 뇌’는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게 불후의 명성을 안겨 준 ‘코스모스’보다 1년 앞서 1979년 출간된 책이다. 세이건이 1974년부터 1979년까지 과학잡지와 대중지 등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에세이를 한 권으로 엮은 책으로, 코스모스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책은 상당 부분을 사기와 과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들을 다룬 ‘역설가들’이라는 주제에 할애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출신 의학박사인 임마누엘 벨리콥스키(1895~1979)의 저술들에 대해 세이건이 제기하는 과학적 반박이 흥미롭다. 벨리콥스키는 1950년 고대사를 재해석한 책 ‘출동하는 세계’로 당시 미국에서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끈 인물이다. 벨리콥스키는 책에서 목성에서 방출된 금성이 혜성처럼 궤도를 돌며 지구와 주기적으로 근접하는 바람에 기독교 구약 성서의 ‘출애굽기’나 ‘이사야’에서 볼 수 있는 기적 같은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폈다.

세이건은 목성에서 혜성이 배출돼 금성이 됐다는 주장을 간단한 열역학 계산으로 반박하고, 지구를 스쳐 간 금성 대기에서 떨어진 유기물이 광야를 방랑하던 유대인을 구원해준 만나가 되었다는 주장에는 혜성 대기의 유기 물질이 대개 청산가리 성분이었다는 관측 결과로 맞서며 벨리콥스키의 주장이 사이비 과학임을 증명한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도곤족이 현대 천문학이 20세기 초반에서야 발견한 백색 왜성의 존재를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시리우스 미스터리’나 기독교 성서 안에 인류 역사와 개개인의 운명이 숨겨져 있다는 ‘바이블 코드’ 식의 주장 등에 대해서도 명쾌한 과학적 반박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세이건은 역설가들의 주장과 아이디어를 조사하고 그들의 신조를 다른 신념 체계들, 즉 과학 및 종교와 비교·대조해 보는 일이 무엇보다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과 아이디어 역시 세계의 본질과 그 속에 사는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이건의 핵심 사상인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책은 사이비과학으로 불리는 담론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 외에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부터 경계과학, 대중과학, 유사과학,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짧지만 인상 깊은 평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사이 미국 천문학의 역사, 종교에 대한 성찰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2만2,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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