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야간통행 금지령 시행 첫날인 28일(현지시간) 두 경찰이 수도 프라하의 텅빈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오후9시부터 다음날 오전4시59분까지 통행을 금지하는 이번 조치는 다음달 3일까지 시행된다. /AFP연합뉴스
회복세로 접어드는 듯하던 세계 경제가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재확산되며 각국이 봉쇄의 수위를 재차 높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3·4분기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및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4·4분기 이후 다시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8일(현지시간) 미국·유럽 증시가 일제히 동반 하락한 가운데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40.28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6월15일 이후 최고치다. 한 애널리스트는 AFP통신에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미약한 경기회복을 덮어버리는 고강도 봉쇄에 대한 두려움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휴 김버 JP모건 에셋매니지먼트 글로벌마켓 전략가는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는 제한적일 것이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봉쇄 범위가 넓어지고 경제 영향도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일리노이주는 시카고에서 식당 내 식사를 금지했으며 프랑스는 30일부터 전국적인 재봉쇄에 들어가기로 했다. 독일 역시 다음달 2일부터 한 달간 요식업종과 여가시설의 문을 닫는 부분봉쇄에 돌입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가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대선 전 타결은 물 건너갔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CNBC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시카고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록다운 요구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부양책 없는 봉쇄를 보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봉쇄 조치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가 감소되는 등 경제활동이 급속도로 위축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4분기 대부분의 주에서 셧다운 등의 봉쇄에 들어가면서 GDP가 연율 기준 전 분기 대비 31.4% 급감한 바 있다. 투자기업 아포매톡스의 수전 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셧다운이 국내 경기의 20%가량을 멈추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여행·엔터테인먼트·요식업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셧다운 조치에 대한 우려로 관광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이날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주가는 4.59% 폭락했다. 크루즈 업체인 로열캐리비언은 -7.42%,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은 -9.07%를 기록했다. 각국의 봉쇄가 강화되면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5% 급락, 37.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4개월 만에 최저치다.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졌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3·4분기 실적이 줄줄이 개선됐지만 투자자들은 지나간 실적에 환호하기보다는 4·4분기 이후 성적표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피아트는 3·4분기 27억달러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발표했으며 포드는 24억달러의 순이익을 내 5년 만에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최악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 매출과 이익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늘면서 붕괴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