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들이 올해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등 대내외적 변수로 국내 주식 시장이 휘청일 때마다 외국인·기관들이 던지는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 방어에 나섰던 동학 개미들이 한국 증시의 새 장을 열어가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NAVER(035420)·카카오(035720) 등 대형·성장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 연말을 앞두고 배당·가치주 등으로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총 60조1,932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된다. 코스피에서 45조2,077억원을 사들였고 코스닥에서 14조9,855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의 데이터가 남아 있는 지난 1999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개인의 순매수 최대치는 2018년의 10조8,700억원이다. 현재 기준으로만 보면 종전 기록의 여섯 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그간 국내 증시가 하락장을 보일 때마다 존재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저가 매수’ 전략을 주로 따랐던 개인들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던지는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 방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 올 5월4일 코스피 지수가 2.68% 하락하던 당시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에 1조7,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개인의 하루 순매수 최대치다. 이후 코스피 지수가 1.17% 떨어진 8월31일도 개인들은 올해 두 번째로 큰 1조5,696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미국·유럽 증시의 급락 여파가 국내 시장 개장 직후부터 전해졌지만 개인들이 1조원을 넘는 주식을 사들인 데 힘입어 낙폭을 줄여나갔다. 이날 개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9,804억원, 32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장 초반 전일 대비 1% 넘는 하락폭을 보였던 코스피는 0.79%까지 낙폭을 줄인 2,326.67로 장을 끝냈다. 코스닥은 오히려 전날보다 0.96% 오른 813.9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 등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양상이 미국·유럽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수급적으로 개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선진국 대비 선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올해 ‘최애’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7조9,243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많이 담아 3조2,292억원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가속화하자 성장주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이에 NAVER와 카카오를 각각 1조6,585억원, 1조5,476억원 규모로 매집했다. 이 밖에 현대차(00538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개인 순매수 규모도 각각 2조4,301억원, 1조7,635억원에 달한다. 다만 하락장을 역으로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KODEX 200 선물 인버스 X2’의 올해 순매수가 2조6,75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확산과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 등의 변수로 큰 변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연말로 접어들면서 점차 배당주·가치주 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시한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배당주는 연말에 코스피를 평균적으로 1.3%포인트 아웃퍼폼(초과수익)했다”며 “최근 3개월 수익률도 가치주가 성장주를 넘어서고 있으며 연말까지 남아 있는 기간도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매력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