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42년 써온 '주황색' 지켜낼 수 있을까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주황색을 대표색으로 쓴다. /사진제공=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 노란색을 대표색으로 쓴다. /사진제공=현대건설기계
두산의 ‘주황색’이냐 현대의 ‘노란색’이냐.

국내 건설기계업계에서 최근 굴착기 ‘색깔’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업계 1위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매각이다. 유력한 인수후보인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게 된다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색(色)을 바꿀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노란색’을 건설기계 제품 대표색으로 쓰는 현대건설기계(267270)가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의 대표색상인 ‘주황색’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건설기계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참여했다.

건설기계 업계에서 고유색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색깔만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78년 굴착기 양산을 처음 시작한 이래 40여 년간 주황색을 건설기계 제품 기본 색상으로 적용해왔다. 전신인 대우중공업 때부터 써왔던 색인 것이다. 주황색은 명시성이 높아 건설 장비가 사용되는 현장에서 쉽게 눈에 띄어 안전 확보에 유리하다. 또한 흙먼지가 많은 작업환경을 고려해 흙색과 비슷한 주황색을 사용해 더러움이 덜 타도록 했다.


차별화 의도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의를 끄는 색을 쓰는 만큼 고유색은 브랜드를 구분 짓는 요소로 활용된다”며 “국내 시장 경쟁업체인 현대건설기계를 비롯해 세계 1위 건설기계 업체인 캐터필러사와 볼보건설기계가 노란색을 쓰고 있어 구별이 되도록 주황색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으로 손바뀜이 일어났을 때 ‘전임자’의 색깔을 빼는 작업은 흔한 일이다. 브랜드 명칭을 바꾸거나 경영진을 갈아치우는 식이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는 다를 수도 있다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세계 6위이자 국내 1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고유색과 브랜드를 인위적으로 바꾸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낸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훼손하면서 현대의 색을 입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3·4분기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4분기에 영업이익 1,761억원, 매출 1조9,284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각각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 3.9%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중국에서 잠잠해지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중대형 기계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유럽에서도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가를 기존 1조원에서 올려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그룹ㆍGS건설ㆍ유진기업 등 6곳이다. 인수 가격 의견 차이에 따른 차질이 없으면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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